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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벤처업계 대모 "사명에 충실하면 돈은 따라오더라"
곤노 유리 다이얼서비스 대표
일본 1세대 여성 벤처기업인인 곤노 유리 다이얼서비스 대표(90·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손 회장에 대해 “내가 걸어온 ‘게모노미치(獣道·짐승의 길)’를 따라온 가장 소중한 짐승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곤노 대표가 말하는 짐승의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인생을 뜻한다. 그는 일본에서 ‘벤처’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절 창업에 뛰어든 기업인이다. 이후 손 회장을 비롯한 후배 기업인과 교류하며 일본 벤처업계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곤노 대표는 1969년 도쿄의 작은 방에서 전화정보 서비스 회사인 다이얼서비스를 세웠다. 그는 돈 되는 사업에 머물지 않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기 110번’을 시작했다. 전화로 엄마들에게 육아·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전국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당시 전화요금과 별도로 정보 이용료를 받을 제도가 없었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회사의 부담도 커졌다. 그는 “통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사람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회상했다. 이는 지금까지 곤노 대표의 경영철학으로 남아 있다. 그는 “일은 자신의 사명에 충실하게 하고, 돈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며 “돈은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곤노 대표는 90세라는 나이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한국도 일본도 중국도 60세가 되면 고령자라고 하고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데 이상하다”며 “기업에서 하던 일은 그만둘 수 있지만 그때부터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의 본무대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가 멋대로 정한 나이라는 굴레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며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곤노 대표는 젊은 시절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의 젊은 엘리트와 많이 교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여러 의미에서 일본을 추월할 정도의 기세를 보인 것은 훌륭하다”며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경험 속에서 고생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살아가는 힘을 스스로 얻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쿄=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