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기술을 개발해온 바이오 스타트업 헬스바이옴은 2023년 9월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투자사가 투자금 30억원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이었다. 헬스바이옴이 연구 중인 세균 종류가 초기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헬스바이옴이 자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투자사는 김병찬 헬스바이옴 대표의 연대책임을 물어 개인 소유 주택을 압류했다. 2년의 소송 끝에 지난해 9월 법원이 “투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김 대표는 겨우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

김 대표처럼 창업자가 거액의 투자금을 물어낼 상황에 처한 사례는 국내에서 흔한 일이다. 회사가 폐업하면 창업자도 함께 파산하면서 재기할 기회를 상실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2024년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업자의 36%가 ‘투자 계약 과정에서 연대책임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스타트업 창업자금이 부족한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면서 위기에 처한 창업자도 늘고 있다.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 중 폐업한 곳은 2023년 120개에서 지난해 194개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26곳 이상의 스타트업이 문을 닫았다.

창업자의 연대책임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해 말 창업자·대주주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벤처투자법을 개정했다. 지난 7월엔 중소벤처기업부가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 등의 조항을 없앤 ‘표준계약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개정 벤처투자법은 작년 말 이후 체결된 투자 계약에만 적용돼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벤처투자법 적용 대상인 창업투자회사와 달리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는다. 여전법에는 연대책임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법의 사각지대가 된 벤처기업이 많다.

재정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중기부는 실패한 창업자의 재기를 도와주는 ‘재도전성공패키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액수가 1인당 7000만~1억원에 그치고 지원 인원도 150명 안팎에 불과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