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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플레이터 "로봇이 기피 업무 맡을 때…인간은 문제해결·공감능력 키우면 돼"
로버트 플레이터 前 보스턴다이내믹스 CEO 인터뷰
"피지컬AI, 곧 공장으로 출근"
"로봇, 생산성 끌어올릴 수단"
"피지컬AI, 곧 공장으로 출근"
"로봇, 생산성 끌어올릴 수단"
‘아틀라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2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작업 순서에 맞게 배열하고, 이후에는 간단한 조립까지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챗GPT가 AI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바꾼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실을 나와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배치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1994년부터 올해 초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몸담은 그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다음달 4일 막을 올리는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EVERYTHING AI: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그는 로봇이 인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플레이터 전 CEO는 “과거의 기술혁명과 달리 AI는 많은 사람이 로봇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며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혜택을 주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이 인간 일자리 뺏진 않아…인간 고유 역량 강화할 기회 늘어
로봇, 지금은 비싸도 곧 대중화…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도 혜택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하이브리드카 생산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이들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부품 준비와 배치 작업으로 시작해 2030년부터 부품 조립까지 맡긴다는 계획이다. 그러자 현대차 노동조합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생산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본격화하면 기존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단순 작업자에서 감독으로
‘아틀라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뛰어난 능력을 갖춘 기계’”라는 것이다.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할수록 현장의 전문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 공감 능력 등 인간의 고유한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플레이터 전 CEO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30년 넘게 로봇 연구와 상용화를 이끈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다. 1994년 회사에 합류한 뒤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등을 거쳐 2019년 창업자인 마크 레이버트에 이어 2대 CEO가 됐다. 4족 보행 로봇 스폿,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의 개발과 제품화를 이끌었다. 연구 조직 성격이 강하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업용 로봇 기업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지컬 AI가 도입된 현장에서 인간의 업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대신 역할이 바뀌었다. 세계 각지의 산업 현장에는 이미 2000대 넘는 4족 보행 로봇 스폿이 배치돼 있다. 플레이터 전 CEO는 “공장의 정기 점검을 담당하던 유지 보수 기술자가 다른 업무에 밀려 점검을 건너뛴 사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생겼다”며 “스폿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인간 기술자는 점검 업무에 쏟던 시간을 문제 해결과 수리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성에 집중할 기회
물류 로봇 스트레치는 작업자가 가장 꺼리는 업무 중 하나인 트럭 하역 업무를 자동화했다. 기존 작업자는 로봇을 운용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기피 업무를 대신하면서 인간은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기술 발전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돼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플레이터 전 CEO는 “AI 로봇이 기존 자동화 기술과 다른 점은 사용하기가 쉽고 범용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로봇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고 안전해진다면 기술 혜택은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에게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건설, 조경, 돌봄 등 분야 소규모 사업자도 로봇을 구입해 작업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은 자본으로도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면서 기술 발전의 혜택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로봇도 실패에서 배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구호는 ‘만들고, 부수고, 고쳐라(build it, break it, fix it)’다. 로봇의 완벽한 모습만 보이려는 다른 회사와 달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이 실패하고 넘어지는 영상도 공개한다. “로봇을 훈련하면서 반대로 인간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깨달은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플레이터 전 CEO는 이렇게 답했다. “로봇이 훈련할 때도 실패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탐색과 놀이, 실패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결국 인간도 로봇도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겁니다.”로봇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는 능력으로는 ‘공감’을 꼽았다. 그는 “타인과 교류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인간의 욕구가 우리의 행동을 이끌고,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며 “로봇이 인간적 유대에 대한 필요를 대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로봇의 등장은 우리가 이 같은 인간적인 특성에 더 집중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윤/빈난새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