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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학개미의 주주권 보장을 위한 첫걸음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하지만 미국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투자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할 때 미국 자본시장 특유의 ‘중권 간접보유 방식’이라는 생소한 법적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주주명부에 실제 투자자의 이름이 등재되는 국내와 달리, 미국은 증권예탁기관인 DTC(the Depository Trust Company)가 설립한 자회사 Cede&Co(Cede and Company)의 명의로 주주명부에 기재된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가 미국 회사를 상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복잡한 글로벌 증권보관단계를 거쳐 권한을 위임받아야 하는 등 현실적 제약이 상당히 크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주주명부에 실제 이름이 적혀 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주주총회가 개최될 때 관련 정보를 제때 받아보고,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며, 그 의사가 정해진 경로를 통해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주식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는 발행회사에 직접 의사를 통보하는 게 아니라 국내외 중개·보관기관을 통해 의결권 행사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두 시장 모두 투자라는 본질은 같지만, 법적·제도적 환경의 차이 때문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이에 두 시장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국내 투자자가 미국 시장에서 주주권을 인정받기 위한 수단과 경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간접보유 방식은 방대한 글로벌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인 만큼, 이 같은 미국 시장의 특성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실효적인 접근 경로를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은 외화증권 집중예탁기관으로서, 양국의 제도적 차이를 법률적 관점에서 상세히 분석하고 국내 투자자의 권익을 제고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주식 보유자의 법적 지위를 한국과 미국의 비교법적 관점에서 꼼꼼히 따져 보고, 더 나은 주주권 행사 방법을 찾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한창 논의 중이다.
이에 더해 시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실효성 있는 미국 주식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고자, 글로벌 의결권 대행업체 및 해외보관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또 미국 시장 환경에 맞는 의결권 행사 경로를 탐색하고 관련 인프라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예탁결제원이 우선 글로벌 기관과의 정보연계 체계를 구축한 후 국내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주주총회 참석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이러한 노력이 조만간 미국 시장 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접근성 제고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투자자의 목소리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