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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 CEO의 출산이 기업 성장 막지 않으려면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여성 대표이사(CEO)를 만날 때면 투자 유치나 사업 심사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 경험담을 자주 듣는다. 가볍게 던진 안부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 대표의 임신과 출산을 ‘기업 운영의 리스크’로 바라보는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저출생 대응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관련 제도는 분명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여성 CEO가 임신과 출산을 하는 동안 기업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한 고민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임신·출산한 여성 근로자를 위해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잘 마련해놨다. 반면 여성 CEO를 위한 지원은 ‘1인 사업자’에게 한정된 ‘최소한의 소득 보전’에 그칠 뿐이다. 기업을 책임지는 여성 CEO의 경영 공백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이제 막 자리 잡아가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서 대표의 부재는 투자 유치와 주요 의사결정, 조직 운영, 핵심 프로젝트 등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고 CEO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장하던 기업이 대표의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 이것이 여성 CEO가 체감하는 현실이다. 이는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부설 여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여성기업확인서 발급 기업 대상)에 따르면, 여성 CEO의 88.5%가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으로 일·생활 균형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임신·출산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대표자 부재에 따른 사업 운영 차질’을 꼽았다.
그동안 CEO 부재에 따른 빈틈은 상당 부분 개인의 인내와 희생에 기대왔다. 만삭에도 업무를 놓지 못했고 출산 직후에도 결재와 의사결정을 이어가며 기업을 지켜냈다. 이를 보고 우리 사회는 ‘슈퍼우먼’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개인의 희생으로 기업을 지켜낸 일을 성공 신화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 박수 갈채와 함성에 가려진 눈물과 한숨을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닦아줘야 한다.
전체 기업 중 여성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었고, 여성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은 남성기업보다 2.3배 높다. 여성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여성 CEO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일자리와 우리 경제에 직결돼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이 기업의 성장과 지속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임신과 출산을 마주한 여성 CEO는 자신의 경영 공백을 대신할 전문인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다. 적임자를 찾는다고 해도 막대한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 외부인의 경영 참여 시 발생할 수 있는 영업비밀 유출 문제, 권한과 책임의 한계는 또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첩첩산중이다.
이제는 정부가 보다 실질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여성 CEO 부재 시 대체인력 매칭 제도를 도입하고 해당 인건비를 일부 보조해주는 정책도 검토할 만하다. 또 외부 인력이 CEO를 대체할 때 영업비밀 유출에 대비한 보험을 신설하는 등의 방안도 유효할 것이다. 임신과 출산이 기업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는 변수가 되지 않도록 필요한 환경과 제도를 함께 마련해 가는 것, 그것이 저출생 대책을 기업 현장에서 작동하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