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기고] K공간정보, 개발도상국의 길이 되다
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그러나 이 같은 편리함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1950년 전쟁으로 소실된 지적을 복구하고 토지 경계를 다시 세우는 일에서 시작했다. 종이지도를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하고, 흩어져 있던 국토 정보를 연결했다. 이제는 현실 국토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도시의 변화까지 예측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은 70여 년에 걸쳐 국토의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한 셈이다.
이 같은 격차는 해외에 나가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몽골 울란바타르 게르촌은 주소체계가 미비해 화재나 응급 상황에서도 소방차와 구급차가 제때 도착하기 어려웠다. 도로에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게르에는 땅을 격자로 나눈 위치번호를 부여하는 한국식 주소체계를 도입한 이유다. 자메이카에서는 1951년 허리케인 이후 정부가 제공한 땅에 정착한 주민이 측량과 등기가 이뤄지지 않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살아온 땅의 경계를 확인하고 권리를 명확히 기록하는 일이었다. 옛 소련 시절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였던 우즈베키스탄은 토지 사유화를 앞두고 분산된 지적과 등기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대한민국은 위성영상 등을 활용해 국토를 공간정보로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더 나아가 이미 구축된 공간정보에 도시를 가상공간에 옮기는 ‘디지털 트윈’을 접목해 홍수 예측과 도시 계획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사례는 서로 다르지만 출발점은 닮았다. 정확한 위치와 경계를 설정하고 권리를 기록한 뒤, 이를 디지털로 연결해 국가와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대한민국 역시 지적에서 출발해 공간정보를 구축하고 이를 행정과 산업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트윈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그래서 K공간정보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기술을 기반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해 온 축적된 경험이 결합돼 있어서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 역시 이 전 과정에 함께했다. 이 같은 경험은 각국이 처한 문제를 진단하고 발전 단계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는 토대가 된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K공간정보를 수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공간정보 인프라를 각국 현실에 맞게 확산하는 것, 그것이 K공간정보가 세계와 연대하는 이유이자 오랜 축적이 이뤄낸 경쟁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