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미투자, 한미 간 전략적 산업동맹의 시작
정부가 미국 측과 한미협의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CCGT) 투자 운영 방안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최종 발표했다. 진통 끝에 맺어진 이번 프로젝트의 운영 계약에는 각 투자의 손익 합산을 비롯해 기존 한·미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의 핵심 합의 사항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더해 정보요청권과 동의권 등 한국 측의 권리를 추가로 확보하며 협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번 1호 투자를 계기로 한미 관계의 축이 산업동맹으로 뻗어나갈 문이 열렸다는 점이다. 과거 한미동맹이 군사·안보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반도체와 배터리, 원전, LNG, 조선, 전력망, 데이터센터까지 핵심 인프라를 포괄하는 산업동맹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대미 투자는 이 같은 산업동맹을 급속하게 촉진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는 즉각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제품은 10%대 초반 추가 관세를 부담하고 있으며, 철강 등 일부 품목에는 40%를 넘는 실효 관세가 적용된다. 한·미 MOU 합의에 따라 미국은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동안 인하된 관세를 계속해서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나아가 양국은 한국이 미국에 원전 8기를 건설하는 총 12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전 수출 프레임워크에도 합의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제안으로 전체 원전 8기 중 2기를 한국형 노형인 APR1400으로 건설하는 방식을 포함했다. 성사된다면 ‘한국형 원전’의 첫 대미수출이라는 역사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원전 수출 프로젝트는 단순한 발전설비의 수출이나 건설 프로젝트 수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동맹국의 심장부인 핵심 전략산업에 진출하는 일이자, 국내 원전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측이 제안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경우, 정부는 상업적 타당성을 엄밀히 따지고 국내법적 절차를 거쳐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추진 여부를 단정 짓긴 어렵지만 성사 시 안정적 글로벌 LNG 공급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상업적 합리성과 에너지 안보 측면을 철저하게 따져볼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던 자유무역 체제가 막을 내리고, 국가안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훈 ‘전략적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이런 국제통상 질서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대미 투자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비용’으로만 볼 게 아니다. 변화한 통상환경 속에서 한국이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생존전략이자, 성장전략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필요한 건 FTA를 넘어서는 전략적 산업동맹이다. 이번 대미 투자가 국익을 위한 치열한 협상, 국내 산업과 연계된 상호 전략적 동맹 구조 속에서 추진된다면, 관세의 시대를 넘어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여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