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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 15년째 재판…SK·애경 전 대표, 인과관계 놓고 공방 [CEO와 법정]
1심 무죄→2심 금고 4년→대법 파기환송
이마트 측 "유해성·인과관계 입증 부족" 반박
16일 해외 독성학 전문가 증인신문 후 결심
이마트 측 "유해성·인과관계 입증 부족" 반박
16일 해외 독성학 전문가 증인신문 후 결심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는 이날 오전 10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사망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개별 피해자의 질환 사이 인과관계다.
CMIT와 MIT는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살균·보존 성분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면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입될 경우 건강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4년 12월 서로 다른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 과실범의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여러 사람이 함께 주의의무를 위반해 범죄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 공동으로 형사책임을 지우는 법리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각 업체가 제조·판매한 제품과 피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개별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특히 여러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피해자의 경우 어느 제품이 질환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인과관계 단정 못 해"
당시 애경산업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이마트 측의 변호를 맡은 이상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CMIT·MIT 성분의 유해성과 개별 피해자의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 변호사는 "가습기 살균제가 천식의 원인이라는 점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며 기존 항소심 판단이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물실험에서 특정 질환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인체에 질환을 일으킨다고 추정하는 것 역시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증명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마트 측은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더라도 제품의 설계·제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유통업체에 제조업체와 동일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마트가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을 PB 상품으로 납품받았을 뿐, 제품의 성분이나 함량을 직접 결정하거나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복합 사용 피해자·공소시효도 쟁점
개별 피해자의 제품 사용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변호인은 여러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의 경우 CMIT·MIT 성분이 포함된 특정 제품을 실제로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의 양과 농도로 사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품이나 기존 질환, 생활환경 등 피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요인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마트 측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피해자 3명에 대해 제품 사용 여부와 시기, 기존 호흡기 질환 등을 근거로 해당 제품이 질환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호인은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개별 피고인의 책임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따져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제품 사용 시기 등을 고려하면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해외 전문가 증인신문…결심 공판 예정
재판부는 오는 16일 오후 2시 5차 공판을 열고 해외 전문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다음 공판에서는 SK 측이 신청한 독성학 전문가 샘 카슈(Sam Kacew) 캐나다 오타와대 맥플라린 인구건강위험평가센터 독성학부 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카슈 소장은 CMIT·MIT 성분의 흡입 노출과 폐질환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독성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인물이다.
SK 측은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피해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신문에 필요한 통역인 선정을 놓고도 공소청과 변호인 측이 이견을 보였다. 변호인 측은 전문적인 과학 용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신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관련 분야 통역 경험이 있는 인물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공소청은 해당 통역인이 SK케미칼 관련 증인신문과 피고인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업무에 관여한 이력이 있다며 법원이 별도로 통역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정한 신문 진행을 위해 법원 측 통역인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