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잠수교의 변신
1976년 7월 개통한 서울 반포동 잠수(潛水)교는 한강의 열한 번째 다리다. 6년 뒤인 1982년 상층부에 반포대교가 들어서면서 국내 최초의 복층 교량이 됐다. 이름 그대로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다리라는 뜻이다. 남북 대치가 고조된 시기이던 만큼 북한 공격에 다리가 파괴되더라도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게 하고, 유사시 적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수면에 최대한 가깝게 건설했다는 비사도 전해진다. 공사 역시 군 작전처럼 속전속결이었다. 육군 공병단과 현대건설이 맡은 공사는 불과 10개월 만에 끝났다.

잠수교는 강남 개발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강북 인구와 도시 기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강남 개발의 필요성이 커진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1966년 1월 착공한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가 본격적인 강남 개발의 신호탄이었다. 이어 1973년 개통된 영동대교와 함께 반포대교·잠수교는 강남 개발의 상징이 됐다. 강북 도심과 신사·압구정·반포를 잇는 도로망이 잇달아 깔리자 강남 땅값도 치솟았다. 짜장면 한 그릇이 40원이던 1965년 3.3㎡당 400원 안팎이던 신사동 땅값은 1979년 40만원대로 뛰었다.

반세기를 맞은 잠수교의 역할이 달라진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달 26일부터 잠수교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서울 최초의 한강 보행전용교로 조성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한다. 내년 8월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보행로를 넓히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 22곳을 만든다. 선박 항로 구간 두 곳에는 발밑으로 강물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설도 설치한다. 자동차가 오가던 교량이 시민들이 걷고 쉬며 한강 풍광을 만끽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다리의 역사는 도시의 변화를 반영한다. 유서 깊은 도시일수록 상징적인 다리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유사시 피난로이자 군사보급로였고, 강남 개발을 뒷받침한 잠수교가 온전히 우리 품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민은 물론 한국을 찾는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