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뉴 스페이스' 시대 연 누리호
1977년 발사된 미국 우주탐사선 보이저1호가 다음달 ‘1광일(光日)’의 경계에 닿는다. 빛의 속도로 꼬박 하루를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 약 259억㎞ 지점이다. 인간이 만든 물체로는 처음으로 49년을 비행하며 태양권을 넘어 상상 속에 머물던 미지의 공간에 들어서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한 우주탐사 프로젝트지만 민간 기업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애초 이 경이로운 여정은 불가능했다. 반세기 가까운 비행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원자력전지(RTG)다. 플루토늄-238이 자연 붕괴하며 내뿜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로,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개발했다. 정부의 전략적 리더십과 민간의 혁신 기술·효율성이 결합한 구조다.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 주도 우주탐사 사업모델 ‘뉴 스페이스’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그제 5차 발사에 성공했다.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포함해 모두 15기의 위성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복잡한 임무도 수행했다.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국가적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발사체로 진화하고 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민간의 역할 확대다.

누리호는 지난해 4차 발사부터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조립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발사에는 한화 인력 42명이 투입돼 발사·운용까지 담당했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뉴 스페이스는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도 우주전략기금을 통해 민간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제2의 스페이스X를 키우고 있다.

누리호의 발사 성공은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이다. 우주항공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재사용이 가능한 차세대 한국형 발사체(KSLV-Ⅲ)를 개발해 2032년 무인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우리의 우주 분야 기술은 미국과 중국보다 15~20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핵심은 완벽한 기술 자립이다. 늦더라도 우리 힘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