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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기다림…위켄드, 더 격렬해졌다
고양종합운동장서 슈퍼콘서트
이틀간 10만8000석 전석 매진
'블라인딩 라이츠' 등 40곡 불러
12m짜리 은빛 로봇 조각상 압권
이틀간 10만8000석 전석 매진
'블라인딩 라이츠' 등 40곡 불러
12m짜리 은빛 로봇 조각상 압권
7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8 위켄드’에서 무대에 오른 위켄드(36)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자 5만4000여의 관객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현재 세계 최고의 남성 팝 가수로 꼽히는 위켄드가 내한한 건 8년만. 그는 “제 인생 첫 스타디움 공연이 한국이었다”며 2018년 현대카드가 연 고척돔 공연을 떠올렸다.
에티오피아계 캐나다인으로 2013년 데뷔한 위켄드는 힙합, 일렉트로닉 감성을 섞어 R&B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아티스트다. 맑고 높은 목소리와 어두운 정서를 살려 2019년 낸 곡 ‘블라인딩 라이츠’엔 ‘빌보드 역사상 최고의 곡’이란 칭호가 따라붙는다. 빌보드는 1958년부터 나온 곡들로 2021년 정리한 차트인 ‘역대 핫100’ 순위에서 이 곡을 1위에 올려서다. 지난해 발표된 빌보드 ‘21세기 핫100’에서도 정상이었다.
이날 공연은 위켄드가 4년에 걸쳐 전 세계 750만여 관객을 동원한 월드투어 ‘애프터 아워스 틸 던’의 일환이었다. 평일 밤에 성인 인증을 해야만 볼 수 있는 공연임에도 8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합쳐 10만8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눈에 초록빛을 내뿜는 은빛 마스크를 쓴 위켄드가 무대에 나타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2시간에 걸쳐 40곡을 소화한 이날 공연의 핵심은 디스토피아를 떠올리게 하는 무대 연출. 무대엔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 형상들이 빼곡히 놓여 암울한 미래 도시를 연출했다.
대형 스크린에도 건물 폐허와 붉은빛 영상이 송출됐다. 무대 앞엔 십자형 돌출 무대가 놓였고, 십자 한가운데엔 일본 미술가 소라야마 하지메가 만든 12m 높이 은빛 로봇 조각상이 솟았다. 무용수들은 흰 로브와 붉은 로브를 번갈아 입은 채 느릿한 춤으로 조각상을 감쌌다. 화려한 도시에서 쾌락을 좇다가 무너진 개인을 보여주려는 연출이었다. 곡 ‘페이스’를 노래한 위켄드는 마스크를 벗은 뒤 손과 팔로 하트를 만들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무대 속 도시는 더 격렬하게 무너졌다. 곡 ‘상파울루’로 넘어가면서 건물 잔해 사이로 불기둥이 솟았다. 그 열기가 객석에도 느껴질 정도였다. 공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는 전방 십자형 무대로 공연 중심이 바뀌었다. 무대에서 하늘로 솟은 빛줄기가 공연장의 흐릿한 연기와 만나 빛의 십자가를 만들 땐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타락한 도시를 정화하는 연출이 펼쳐질 동안 위켄드는 무대에서 내려와 팬들의 손을 잡거나 팬에게 마이크를 건네 함께 노래했다.
후반부엔 위켄드의 인기곡이 몰렸다. 감성적인 선율이 로봇 목소리처럼 변한 보컬과 어우러지는 ‘아이 필 잇 커밍’에선 관객의 떼창이 함께했다. 위켄드도 곡마다 애드리브로 “코리아”를 넣으며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곡 ‘세이브 유어 티어스’와 ‘블라인딩 라이츠’에선 스크린으로 초신성처럼 밝은 빛을 연출해 문명의 소멸을 그렸다. 로봇 조각상도 빛의 폭발을 목도하는 자세로 경외감을 일으켰다. 다만 곡 ‘원 오브 더 걸스’를 같이 불렀던 블랙핑크 제니가 나타나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위켄드는 마지막 곡 ‘모스 투 어 플레임’에서 불꽃놀이로 대미를 장식했다. 위켄드는 “한국에 꼭 돌아오겠다”는 말로 관객을 배웅했다. “떠나기가 너무 아쉽습니다. 더 길게 만나고 싶어요!”
고양=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