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가 950점 이상인 초고신용자가 지방은행 대출 창구로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이 늘고 사내대출을 받는 직장인도 급증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시중은행에 집중되자 대출 수요가 규제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과 대구·경북이 거점인 iM뱅크의 가계대출 총액은 80조59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5040억원(7.4%)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액의 8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지방은행의 8월 말 주담대 잔액은 55조9261억원으로 연초보다 7.8% 불어났다. 특히 전북은행(18%)과 광주은행(14.9%), 제주은행(12.6%)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이에 비해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줄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80조8340억원으로 8월 말보다 1조2852억원 감소했다. 주담대(-268억원)와 신용대출(-1조3415억원) 모두 줄었다. 정부가 ‘8·13 대책’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했지만 집단대출에 국한된 조치일 뿐 기존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일반 주담대 한도는 거의 늘지 않은 영향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고신용자들이 지방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8월 부산은행 주담대 이용자의 신용점수는 평균 965점으로 940~950점대인 5대 은행보다 높았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직장인이 늘면서 기업 사내대출 규모도 8개월 만에 1조2000억원가량(30%) 증가했다.
신용 1등급도 지방銀 먼저 찾아…"年 4%대 금리로 5억 빌려" 지방銀 올해 주담대 4조 증가…부산銀 차주 평균 신용 965점
이사를 앞둔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지방은행 주택담보대출로 5억원을 조달했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거래한 시중은행을 떠올렸지만 은행별 대출 여건을 따져보니 지방은행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규제 때문에 금리 우대조건을 많이 없앴지만 지방은행은 그렇지 않아 연 4%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신용자 몰리는 지방은행
박씨 같은 사례가 속출하자 지방은행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7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대구·경북이 거점인 iM뱅크의 가계대출 총액은 80조596억원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5조원 이상 늘었다. 이 중 주담대 증가액만 전체의 80% 이상인 4조636억원이었다.
연초부터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 컸다. 지방은행 대출금리가 많이 떨어진 것도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8월 부산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분할 상환 방식)의 평균 금리는 연 4.23%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았다. 경남은행(연 4.92%)과 광주은행(연 4.95%) 주담대 금리도 국민은행(연 4.55%), 우리은행(연 4.8%)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이에 비해 전체 은행권의 평균 주담대 금리는 연 4.66%로 2022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 때문에 고신용자도 지방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8월 부산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65점이었다. 940~950점대인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보다 오히려 높았다. 경남은행(945점), 광주은행(935점), iM뱅크(933점)도 900점을 넘었다. 케이뱅크(970점)와 카카오뱅크(968점)가 1·2위를 차지하는 등 은행권 전반에서 대출 고객의 신용점수 격차가 사라진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은행은 1금융권인 시중은행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차주가 선택하는 ‘1.5금융’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여전히 대출 못 늘려
8월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하는 ‘8·13 대책’을 발표한 뒤 은행권 가계대출 여력은 일부 늘었다. 하지만 올해 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기존 1.5%에서 3%로 높아져도 시중은행에서 다른 금융회사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집단대출이 제외되고 여러 은행이 모기지보험 가입과 대출모집인 접수를 재개했지만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 한도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빚투’(빚내서 투자)에 동원될 가능성을 경계해 금융당국이 연소득 이하로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5대 은행이 새로 받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정책대출 제외)는 7조1300억원으로 기존보다 2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은행 한 곳당 5000억~6000억원 늘어난 정도다.
이렇게 새로 확보한 대출 여력도 빠르게 소진됐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51조7012억원으로 올해 들어 약 6조7300억원 늘었다. 한도까지 약 4000억원 남았다. 국민은행(1인당 대출 한도 3억원)과 우리은행(영업점당 월 대출 한도 10억원) 등이 대출 한도 제한을 유지하는 이유다.
강 의원은 “대출 실수요자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국가 가계부채의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합리적인 대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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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자로 첫 발을 딛은 후 증권, IB, 사회(법조)를 거쳐 2025년부터 금융 분야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