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제 정세가 불안한 틈을 타 휘발유, 경유, 등유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를 제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담합 관련 매출이 44조원에 달하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담합 관련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유가 담합 사건과 관련해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는 두 업체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중동 전쟁 직후인 지난 3월까지 4년여간 휘발유, 경유, 등유 판매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담합 관련 매출은 44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른 사업자와 정보를 교환하거나 가격을 담합해 부당하게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행위가 ‘중대한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시정 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과징금 고시 기준에 따르면 관련 매출의 3~10.5%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에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은 최소 1조3230억원에서 최대 4조630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담합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사건은 전분·전분당 담합이다. 당시 공정위는 대상 등 4개사에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유가 담합 사건은 이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같은 사건을 수사해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4대 정유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모두 기소했다. 가격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 결정 부서장 등 직원도 기소 대상에 포함했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는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회사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교환된 정보는 시장에 공개된 정보이며 회사 방침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피조사기업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과징금 등 처벌 수위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