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확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수도권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임대주택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가 오른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줄이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사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심 공공임대 공급이 줄어 주거 안정이 약해질 수 있는 만큼 공공의 매입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남, 임대 비율 12%→10%로
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는 재개발 사업에 적용하는 의무 임대 비율을 종전 12%(총가구 수 대비)에서 10%로 낮춘다고 지난 6일 고시했다. 재개발 사업이 몰린 수정·중원구 원도심 일대가 수혜지다.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 7개 구역과 생활권계획 재개발 사업 7개 구역 등 총 14개 구역이 대상이다. 새 비율을 적용하려면 정비계획이나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상대원2구역은 이를 위해 연말께 총회를 열기로 했다.
공사비 상승과 서울공항 고도 제한으로 사업성이 악화한 게 임대 비율 축소의 배경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2024년 재개발 허용 용적률을 265%에서 280%로 높였지만 높이 제한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역이 많다”며 “이번 조치로 원도심 재개발 임대주택이 약 980가구 줄어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임대 비율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서울은 10~20%, 경기·인천은 5~20%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정한다. 서울은 15%(또는 연면적 기준 10%)다. 인천은 2015년 의무 비율을 없앴다가 2020년 국토부 고시 개정 이후 법정 최저치인 5%(상업지역 2.5%)를 적용하고 있다. 안양은 2021년 비율을 8%에서 12%로 높였다. 부천(8%), 수원(7%), 광명(5%)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임대 비율을 둘러싼 갈등은 재건축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8월 광명시는 철산·하안 재건축 사업에 친환경 인센티브로 받은 용적률의 3.75%를 공공임대에 활용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이를 1% 수준으로 낮췄다.
◇서울도 부담 완화 목소리 커져
서울에서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부담이 쟁점이다. 재개발 기본 의무비율 15%와 별개로 재개발·재건축 모두 늘어난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서울시는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 비율을 30%로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는 대부분 임대 비율이 10%를 웃돈다. 장위14구역(18.9%), 한남3구역(17.1%), 북아현3구역(17.1%), 은마아파트(15.5%), 잠실주공5단지(13.0%), 압구정3구역(12.4%), 목동14단지(12.4%) 등이다. 초과 용적률에 적용되는 임대 비율을 30%로 낮추면 은마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약 4억6700만원에서 3억47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분양 물량은 365가구에서 657가구로 늘어난다.
공공의 임대주택 인수 가격이 실제 공사비에 크게 못 미치는 것도 조합이 임대주택에 민감한 이유다. 공공임대 표준건축비는 2023년 2월 이후 3.3㎡당 약 370만원에 묶여 있다. 정부가 재개발 임대주택 인수 가격을 기본형건축비 기준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실제 공사비의 60% 안팎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용면적 59㎡ 한 가구를 지을 때마다 약 7400만원, 84㎡는 약 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이 하락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공공임대 공급도 무시할 수 없는 현안인 만큼 제값을 주고 임대주택을 매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