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서 승강기 교체와 외벽 도색 등을 위해 적립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이 1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충당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위반 사례가 최근 5년간 3300건에 육박하는데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조 '장충금' 유용해도 처벌 약해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공동주택 실태감사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규모는 11조1680억원에 달한다. 관리 소홀과 부정 집행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579건, 2022년 588건, 2023년과 2024년 각각 673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786건이 적발됐다.

위반 유형별로는 정해진 용도가 아니라 일반 관리비나 경비 등으로 임의 집행한 ‘목적 외 사용’이 833건(25.3%)으로 가장 많았다. 법정 기준에 따른 적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적립 미이행’은 414건(12.5%)이었다. 허위 회계처리 60건, 횡령·유용 2건도 적발됐다.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재 수위는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후속 조치 3283건 가운데 행정지도가 1592건, 시정명령이 1279건으로 경고성 처분이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실질적인 금전 제재인 과태료 부과는 408건(12.4%), 수사 의뢰나 고발은 3건(0.1%)에 그쳤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서 월별 부과·사용 내역과 입찰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립 기준 준수부터 장기수선계획 수립까지 전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상시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