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간첩 통로 열릴 수도"…北 엘리트 출신 의원 경고한 이유 [인터뷰]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上)
"北, 이란보다 10배 강해…통일 점점 멀어져"
"'암살자(들)', 폐륜을 문화로 포장한 이적물"
"김여정이 저자세? 얼마나 모욕해야 고자세?"
"北 무서운 건 한류…대북 심리전 재개해야"
"北, 이란보다 10배 강해…통일 점점 멀어져"
"'암살자(들)', 폐륜을 문화로 포장한 이적물"
"김여정이 저자세? 얼마나 모욕해야 고자세?"
"北 무서운 건 한류…대북 심리전 재개해야"
"요즘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상당한 위협을 느낀다."
북한 엘리트 출신이자 탈북민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을 두고 상당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지금 북한은 우리가 언제든 밟을 수 있는 수준의 북한이 아니다"며 "단언컨대 이란보다 10배 이상 강한 북한이 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군사력이 커졌는데, 우리 사회의 대북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박 의원의 안보 불안은 최근 백령도 방문에서도 드러났다.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바라보다 가족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잃어버린 1년 4개월과 앞으로 잃어버릴 46개월을 생각하니 마음이 갑갑하고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북 확성기와 라디오, 전단 등이 중단되면서 북한 주민의 인식을 바꿀 통로가 막히고 통일이 더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는 "패륜을 문화로 포장한 문화 이적물"이라며 "문화 매국노"라는 표현까지 썼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 확대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위협 의식을 국민에게서 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평화를 말하지만 실제 효과는 의도치 않게 김정은 독재 정권을 도울 수 있다"며 "북한 군수산업의 메카인 강동군은 한국으로 치면 용인 반도체단지 같은 곳인데, 왜 그런 곳에 의료기기를 지원하느냐"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최근 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감정이 조금 축적돼 있었던 것 같다. 저도 그럴 줄 몰랐다. 망원경을 처음 들여다볼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이 북한 땅을 바라봤는데, 보는 순간 갑자기 북한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났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났다. 강을 건넌 뒤 북한군 경계병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죽어라 달렸던 탈북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가 북한에서 무기 개발 분야에 있었던 만큼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 소행을 부정하는 주장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천안함 용사 위령탑을 다녀온 뒤 감정이 가라앉기도 전에 백령도에서 장산곶을 바라보니 감정선이 건드려진 것 같다.
그러면서 통일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이 가까워지려면 결국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 주민의 인식 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 라디오, 대북 전단을 모두 중단하지 않았나. 이재명 정부의 1년이 지나갈 때마다 통일이 몇 년씩 더 늦춰질지 알 수 없다. 잃어버린 1년 4개월과 앞으로 잃어버릴 46개월을 생각하니 마음이 갑갑하고 안타까웠다."
▶ 최근 접경지역에서 북한이 보이는 행태와 북한의 대남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여정 등 북한 수뇌부가 대한민국을 향해 보이는 행태를 보면 북한 정권이 역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정도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는 것 같다.
북한은 두 가지 형태로 대남 전략을 수행한다고 본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실하게 점하기 위해 무기 개발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우리가 언제든 밟을 수 있는 수준의 북한이 아니다. 단언컨대 이란보다 10배 이상 강한 북한이 됐다고 본다. 시진핑이나 푸틴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군사적으로 강한 '헤비 파워'에 근접하고 있다. 대한민국 단독으로 대북 방어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까지 왔다고 본다. 저는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상당한 위협을 느낀다.
다른 하나는 각종 공작을 통해 대한민국을 조종하려는 것이다. 문화 공작뿐 아니라 댓글, 해킹 등 수많은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본다."
▶ 최근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왜곡으로 논란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50여년 만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처음 공개했다. 그 편지에서 '그 흉탄을 내가 맞았더라면'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솔직히 눈물이 났다. 저는 이 영화를 패륜을 문화로 포장한 문화 이적물이라고 본다. 이 영화를 창작한 사람들, 또 영화적·문화적 창작물로 봐달라고 하는 사람들의 발상도 '문화 매국노'라고 본다. 이런 역사 왜곡물을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볼 수 있도록 단체 관람을 조장한 이재명 정부에서 누가 그런 조치를 취했는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북한의 선전·문화 공작을 우려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대북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고 정부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을 넓히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선전 매체나 조선중앙TV, '우리민족끼리' 같은 매체를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위협 의식이 무뎌질 수 있다. 언제든 마음먹으면 접속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겠나. 이런 매체가 모두 열리면 간첩들이 활동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북한 선전물이 지금은 어설프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기술력이나 문화적 창작력이 가미되면 세련된 현대적 선전 매체로 재탄생해 국민에게 다가올 수도 있다. 나는 '암살자(들)'이 단적인 사례라고 본다."
▶ 그런 대북 기조를 두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외통위 등에서 줄곧 각을 세웠다. 통일부 입장에서는 화친과 평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너무 1차원적이고 단편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은 평화적 통일을 추구한다고 돼 있지만 그 앞에는 전제가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다. 가능한 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정동영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은 평화를 말하지만, 실제 효과는 의도치 않게 김정은 독재 정권을 도울 수 있다. 예컨대 최근 북한에 의료기기를 지원한다고 하지 않았나. 첫 대상지로 꼽은 곳이 평양시 강동군이다. 강동군은 북한 군수산업의 메카다. 얼마나 중요한 곳이면 김정은이 병원 착공부터 준공까지 1년 사이 네 번이나 갔겠나.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은 북한의 시골 군인데 평양시에 속하고 기차도 들어간다. 한국의 고기술 산업이 수도권에서 멀리 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용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 국정원은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담화가 '로키(low-key·저자세)'라고 평가했다.
"국가관과 안보관이 가장 투철해야 하고 대한민국 안보의 최일선에 있어야 하는 국정원마저 그런 말을 하는 데 정말 큰 실망감을 느꼈다.
북한군 지뢰가 그렇게 널려 있는데도 북한은 우리를 향해 '자작 광대극'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까지 모욕해야 하이키(high-key·고자세)가 되는 것인가. 유일하게 제대로 대응한 3군단 예하 21사단을 콕 집어 강력하게 응징·보복하겠다고도 특정했다. 자기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지뢰를 심더라도 대응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 군이나 국방성이 아닌 김여정 부장 명의로 발표했기 때문에 로키라고 보는 여권 진단도 있다.
"북한에서 누가 가장 높은가. 김정은이고 백두혈통이다. 김정은의 친동생인 김여정이 직접 말했는데 군의 어느 인사가 발표하는 것보다 수위가 낮다고 할 수 있나. 김여정을 내세우는 이유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김정은과 같은 급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본다. '내 급이 아니니 여정아, 네가 상대해라'라는 것이다. 그렇게 무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잘한 것은 없다. 평화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강한 국방력이 지켜온 것이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미국은 우리를 과거와 같은 동맹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전작권이 반환되면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치고 내려올 수 있는 위험을 배제할 수 있는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든 내려올 수 있다고 했는데, 일각에서는 북한의 접경지역 요새화가 오히려 남침 의사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곤 한다.
"세계 전쟁사를 돌아보면 전쟁 직전에 전쟁의 조짐을 대놓고 드러낸 나라는 없었다. 독일도 첫 침공 전에는 평화조약을 맺었고 군을 전방 배치하지 않았다.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현대전은 처음부터 육군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과 무인기 등으로 원거리 타격을 한 뒤 상대의 저항 능력이 약화하면 육군이 들어간다. 그때 전방에 깔아놓은 지뢰 정도는 마른 풀숲에 불 한번 지르면 없어질 수 있다. 지뢰가 있다고 못 내려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 가장 아픈 대응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북 확성기와 대북 라디오 방송, 대북 전단이다. 북한이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했다. 그것은 한류를 차단하려는 목적과 연결돼 있다.
북한 주민들이 미국이나 일본의 영화·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의식이 그렇게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적대국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깔고 본다. 그런데 한국 콘텐츠는 다르다. 같은 동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한류를 차단하기 위해 법까지 만들었다. 청소년까지 강하게 처벌하려고 한 이유도 그만큼 한류가 체제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대북 확성기와 라디오, 전단 등을 다 중단했다. 그래서 저는 통일이 늦어졌다고 평가한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북한 주민의 인식이 몇 년이나 후퇴할지 모른다. 북한에 핵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대북 심리전 수단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핵을 무서워하는 만큼 북한은 심리전을 무서워한다.
물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굉장히 힘들 수 있다. 다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국민의 피로도도 올라갈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에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아픈 수단은 대북 확성기, 라디오, 전단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 이번 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DMZ 지뢰 폭발 사고에서도 북한의 책임을 묻지 못하고 '북한의 지뢰 도발'이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800만 달러 대북 송금 이슈만 있는 게 아니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대응할 수 있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대한민국 전체의 안보 리스크, 경제 리스크가 되고 있다."
신현보/김희선/유채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