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진=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진=뉴스1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통일부가 북한 평양시 강동군에 의료기기 지원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이적 행위"라고 비판하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터무니없는 논리 비약"이라고 맞섰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북한이 지난 12일 탄도·순항미사일, 방사포, 자폭 드론 등 4종 '섞어쏘기' 훈련을 한 것을 거론하며 "이란은 2종의 무기 섞어쏘기만으로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세계 최강 방어력을 자랑하는 나라들이 막기 버거워했다"며 "우리나라는 4종 섞어쏘기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여러 대비 체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 전문가들도 군사 분야 지식이 해박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을 매일 받는 나라"라며 "이 4종 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쟁 실전 경험으로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신형이고, 무인기 한 종을 제외하면 3종 모두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도발을 하는 와중에 통일부는 북한에 100억원 규모 의료기기 166종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도 유효한 입장이냐"고 질의했다. 정 장관은 "준비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UN의 제재 면제 승인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의료기기 지원 대상지로 지정된 강동군에 대해 "핵과 ICBM,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모든 무기의 개발·생산과 해외 판매까지 총괄 지휘하는 북한 제2경제위원회가 있고, 인구의 90% 이상이 군수 분야 핵심 종사자와 고위 직급"이라며 "첫 대상지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냐, 누가 지정했느냐"고 따졌다.

정 장관이 "제2경제위원회에 의료기기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평양직할시 19개 구역과 2개 군 중 동부 대동강 북쪽의 강동군"이라고 하자, 박 의원은 "왜 무기를 만들어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 줘야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정 장관은 "인구가 22만명인데 90%면 20만명이 군수위원회라는 말이냐. 객관적인 얘기를 하자"며 "인도 지원의 기준은 이념이 아니라 고통과 필요다. 이념을 떠나 그 사람을 치료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선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제2경제위원회 산하에 생화학무기 개발·생산을 총괄하는 조직이 있다"며 "166종 의료기기 중 일부는 생화학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거기 가면 일반 주민들이 그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원 대상지 선정 주체를 묻자 정 장관은 "통일부가 결정했다"며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언론 보도를 통해 가장 많이 공개된 지역이 강동군 병원이었다. 시범 지역으로 적시한 것이고 특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북한이 2024년부터 10년간 매년 20개 시·군에 공장과 병원, 문화시설을 건설해 지방을 현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이 "왜 북한의 무기 개발자들을 우리가 의료 지원까지 해줘야 하느냐. 그 사람들의 건강까지 신경 써줘야 하느냐"고 하자 정 장관은 "터무니없는 논리 비약"이라며 "북한의 핵 군사 정책을 비판하는 것과 주민의 질병 치료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군사 시설과 병원의 성격은 별도로 판단해야 하고, 강동군 주민 22만명 대다수는 북한 주민"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 군과 미국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검증해야 한다"며 "무기 개발·생산·판매를 총괄하는 지휘센터가 있는 곳에 어떻게 의료기기를 지원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의 70~80% 이상이 군수공업인데 그 총괄 지휘센터에 의료기기를 지원하는 것은 이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