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의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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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농촌 현장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농촌에서는 인구 감소로 농지를 사고 경작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수조사가 거래 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충남 예산에서 덕산농협을 이끌고 있는 이연원 조합장은 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농촌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조합장은 "몇 년 전부터 조합원들에게 가진 부동산을 빨리 정리해서 노후를 준비하시라고 한다"며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하나다. '팔려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농촌 부동산을 '얼음'에 비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정작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조합장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주는 대로 받으라고 해도 받는 사람이 없다"며 "한숨만 쉬고 계시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사례도 언급했다. 2016년 일본 지역 농협을 방문했을 당시 지방 공동화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지역 농협 수가 크게 줄어든 모습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 조합장은 "우리는 그러지는 않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10년을 지켜보니 일본보다 대한민국이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 인구 감소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조합장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군 덕산 지역에서는 86명이 사망한 반면 출생아는 11명에 그쳤다. 그는 "5년, 10년 뒤에는 과거 100만명 안팎이 태어났던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들어간다"며 "지금 느끼는 것과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변화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이 조합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농지 전수조사가 거래 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얼음 같은 상황인데 농지 전수조사가 여기에 강력한 불을 지핀 것"이라며 "농민들과 지역에 계신 분들이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논보다 밭의 거래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논은 농지은행을 통해 정부가 매입한 뒤 청년 농업인 등에게 공급할 수 있지만, 과수원 등 밭은 매수자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날 전수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을 적발하겠다고 시작한 조사가 얼마나 허망하고 말도 안 되는가"라며 "농지 전수조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고령농과 임차 농민의 현실적 어려움, 농지 거래 실종과 가격 폭락 등 여러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수조사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며 "이제라도 고친다니 다행이지만 농민들께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농사를 직접 짓지 않는 사람은 농지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식의 접근은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지방 사정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수조사로 농지 거래가 위축됐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지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농지 실거래가격 하락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 5.3%에서 올해 4.4%로 둔화됐다.

정부는 투기 목적의 위반과 고령화·인력 부족 등 농촌 현실에서 비롯된 위반을 구분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처분명령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중대한 위법이 아닌 경우 1년의 자진 처분 기간을 두고, 이후 성실하게 경작하면 처분명령을 최대 3년간 유예할 수 있다.

앞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부는 농지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안이 마련되고 시행되기 전까지 이번 전수조사에 따른 처분 집행을 전면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지속적인 사실 왜곡과 억지 궤변을 엄중 경고한다"면서도 "농지 전수조사로 불편해 하는 농업인분들도 계시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농지조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농업인과 국민이 불필요한 피해를 보는 일이 절대 없도록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정은 추석 전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