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그린스펀의 수수께끼와 버핏의 중력
요즘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은 하나의 숫자에 쏠려 있다. 바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다. 이 금리가 얼마 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연 5%를 상향 돌파하자 세계 주식시장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10년 만기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도 역사적으로 예민하게 주시해 온 변수다. 앨런 그린스펀이 의장이던 2005년 초반 Fed는 지금과 정반대의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당시 Fed는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연 1.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긴축 사이클에 들어갔다.

저물가·저금리 시대의 종언

2004년 6월 연 1.0%에서 2005년 2월 연 2.5%까지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전통적인 통화정책 전달 경로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단기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간 프리미엄이 반영돼 장기물 시장금리도 동반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8%에서 연 4.1%로 오히려 하락했다. 그린스펀은 상원 청문회에서 10년 만기 금리 하향 안정에 대해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다.

이후 경제학자들은 당시 장기 금리가 억눌린 데는 세계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 등 신흥국은 대미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를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재투자했다. 세계적인 분업화와 값싼 노동력의 유입은 공산품 물가를 구조적으로 낮췄고,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이 미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수하면서 장기 금리의 상단을 눌러버린 것이다.

그린스펀 이후에도 미국의 ‘저물가·저금리 기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2017~2019년엔 실업률이 3%대 중반으로 50년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는데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금리 시대, 투자전략 달라져야

지금의 세계 경제는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장기 금리를 억누르던 구조적 요인이 정반대로 역전됐다.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와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회귀)으로 생산비용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부터 미국·이란까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까지 더해지면서 장기물 국채 금리를 지속적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워런 버핏은 일찍이 “금리는 금융자산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다”고 말했다. 중력이 강해지면 사물이 아래로 떨어지듯 무위험 금리가 연 5%대로 높아지면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모든 투자자산의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금리가 일시적 파동이 아니라 뉴노멀로 자리 잡은 지금 투자의 문법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저금리 시절의 관성에 기댄 자산 배분 방식으로는 중력이 복원된 시장을 버텨내기 어렵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