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해법, 현장에 답 있다
이재명 정부 초기에 경제 관료들은 ‘부동산 필패론’을 철석같이 믿었다. 나름의 세 가지 근거가 있었다. 우선 금리가 도왔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어김없이 집값이 올랐는데 지난해부터는 금리 상승기였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 주택 매수 수요는 잦아든다. 저금리 때문에 백약이 무효하던 문재인 정부 때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게 관료들의 생각이었다.

득세하던 '부동산 필패론'

주식은 최대 우군이라 여겼다. 여태껏 국내 증시가 부동산시장을 압도한 적은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코스피지수가 무서운 속도로 오르면서 시중 자금을 끌어들였다. 집 나갔던 서학개미들도 돌아왔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이 현실화하자 관료들은 국내 주식이 부동산의 확실한 대체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때문에 ‘주식은 투자고 부동산은 투기’라는 신념을 설파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대통령을 믿었다. 주택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에만 매몰된 역대 민주당 정부와는 다르다고 봤다. 세금으로만 집값을 때려잡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본인이 살던 집을 팔 때는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고 느꼈다. 수시로 SNS에 등판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척결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을 허투루 듣는 관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상황은 많이 변했다. 만병통치약일 줄 알았던 고금리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현금 부자가 속출해서다. 상상 이상의 반도체 머니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왔다. 주식 투자로 번 돈은 증시로 재투자되지 않고 대거 한강벨트 부동산으로 유입됐다.

여기에 정책 엇박자가 기름을 부었다. 고금리 긴축정책은 금융에서만 통용됐을 뿐 재정정책은 거꾸로 갔다. 풍부한 세수를 등에 업은 확장 재정은 문재인 정부 때를 능가한다. 금융과 재정이 따로 노는 갈지자 행보의 결말은 뻔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금융 긴축 속 적자 재정은 물가도, 부동산 가격도 잡지 못한다. 고물가 고금리의 수명만 늘려놓을 뿐이다.

강세장도 절대선은 아니었다. 반도체만 오르고 다른 종목은 힘을 못 쓰는 양극화는 역대급이다. 반도체 주식만 너무 빨리 달아올라 여러 후유증을 낳고 있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모든 게 무너지는 신기루 증시가 오래가기만 바라야 한다. 반도체를 믿고 뒤늦게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개미들은 악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과 2030이 많아 더 문제다.

대반전 꾀해야 할 회견

관료들이 믿은 대통령은 어떤가. 어떻게든 잡겠다는 서울 집값이 84주 연속 오르면서 정책 동력을 잃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던 부동산 발언도 현저하게 줄었다. 오히려 본인이 한 말이 부메랑이 돼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부동산에 공소 취소, 연임 개헌, 인사 참사 등 정치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은 급락했다. 이제 세금 강화와 대출 조이기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말리는 상황이다.

이럴 때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관료들이 돌아서고 더 많은 국민이 마음을 닫기 전에 본연의 실용주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과연 그럴지 모든 이가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