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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50㎝ 투표용지 또 봐야 하나
이태훈 정치부 차장
형해화된 준연동형 비례대표
과거 국회의원 선거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1표, 비례대표 선호 정당에 1표를 투표하면 득표수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부터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낸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적게 받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과반 의석이 안 됐던 민주당은 검찰개혁법 처리를 위해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의 도움이 필요했다. 민주당은 이들이 원하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찰개혁법을 통과시켰다.이렇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도와 국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하자는 취지에 역행했다. 제도 도입에 반대하던 국민의힘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자 민주당도 약속을 깨고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배출하면 비례대표 선거에 불리하니 아예 비례용 정당을 따로 둔 것이다. 정의당은 이에 반발해 민주당의 연대 제안에 응하지 않았고, 녹색당 등 다른 진보 세력도 불참했다. 이때 창당한 지 3개월 된 기본소득당이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용 의원은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 소속으로 당선된 뒤 제명당하는 꼼수를 통해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그는 여성계가 반대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민주당과 한 몸처럼 움직였다.
선거제 개편 마지막 기회
선거의 희화화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다.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22대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가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위성정당명으로 쓰였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의 실수를 노리고 열린민주당, 민중민주당, 미래민주당, 국민의미래당, 새누리당, 한나라당 등 유사 당명의 정당이 우후죽순 생겼다. 21대 총선 비례 투표용지는 35개 정당이 등록해 길이가 48.1㎝, 22대는 38개 정당이 참여해 51.7㎝를 기록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기는 46㎝까지만 처리할 수 있어 공무원들이 일일이 수개표해야 했다.기본소득당처럼 아무도 표를 주지 않은 정당이 원내에 진입하고, 선거 때마다 투표용지 길이 기록이 경신되는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하긴 힘들다. 국민의힘이 선거제를 개편하자고 운을 띄운 상황에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2024년 2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 정기국회가 그동안 방치해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꼼수를 바로잡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