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연임 개헌’ 논란에 선을 그었다. 자신의 형사 사건을 둘러싼 공소취소 논란과 관련해서는 “불필요한 오해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정 지지율이 급락한 배경에 대해 “결국 저의 부족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씀드린다”며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야권이 연임 개헌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도 “헌법에 임기가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는 식으로만 입장을 밝혔다. 최근 국정 지지율 급락의 주된 요인이 되자 명확하게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때부터 시끄러웠던 공소취소 논란에 대해서도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처분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특검은 ‘악의적 조작 기소 의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역할만 해달라는 것이다. 진상 규명 이후를 두고선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처리되면 된다”며 공소취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부정 청탁 의혹이 제기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최종 결론을 못 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 공동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여당은 전날 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명백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국 국적 선박과 원유 수송로 확보, 국민 생명·안전 보호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우리 군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해협 인근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 의구심을 제기하는 검찰개혁 의지도 적극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 패악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이 저”라며 “검찰 편 들어서 뭘 하려고 한다, 개혁이 후퇴한다는 의심은 거둬주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했다. 여권 내 인사들끼리 ‘문조털래유’ 같은 멸칭을 써가며 권력 다툼을 벌이는 점을 의식해 “참으로 안타깝다”며 “우리는 모두 친문(친문재인)이고 친노(친노무현)이며 친김대중,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했다.

연임·공소취소 뒤늦게 선그은 李대통령…"김승원 임명은 결론 못내"
구체적인 연임 불가 의사 첫 언급, 공소취소는 여지 남겼단 해석도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불가 입장, 공소취소 조항 삭제 등을 밝히며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부른 두 사안에 명확한 견해를 드러냈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자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소취소 가능성에 완전히 선을 그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끝끝내 ‘재판받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연임 생각, 전혀 없다”

< 고개 숙인 李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형사사건 공소취소 논란과 관련해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사건을 넘겨받아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김범준 기자
< 고개 숙인 李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형사사건 공소취소 논란과 관련해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사건을 넘겨받아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김범준 기자
이 대통령은 첫머리 발언에서부터 “헌법 개정을 통한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연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는 마치 연임을 구상하다가 포기하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치 공세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원고를 직접 수정했고, 이날 기자회견 시작 전까지 문장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은 이 대통령의 연임 불가를 설파했고, 이 대통령도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됐다”고 했다. 그러나 연임 의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정치권 안팎의 의구심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날 ‘연임 불가’에 못을 박은 것이다.

이 밖의 개헌 사항에 관해선 “일부 대통령 권한의 국회·지방정부 분산, 대통령 연임제 도입 등 개헌에 대한 입장은 오래전부터 일관됐다”고 했다. 지지율이 급락한 원인에 대해선 “처음엔 이해가 안 되는 면도 많았고 특정 계기, 특정 현안 때문일까 생각했다”면서도 “결국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또 “배려도 부족하고 섬세함도 부족하고 소통도 부족했다”며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인데 ‘왜 이렇게 반발하나’ 애써 외면하려 한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 공소취소 조항 삭제 요청

이 대통령은 재판 중단 상태인 자신의 형사사건 공소를 취소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특검 권한 사항 중 기존 기소사건 이송 처분에 관한 조항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지난 4월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했고, 정치권 안팎에서 반발이 커졌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6월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와 기소에 대해) 잘못된 게 있으면 (공소를) 취소하고, 잘못된 게 없으면 그대로 하면 된다”고 밝힌 것보다 진전됐다. 그러나 공소취소 가능성을 전부 닫아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그 결과 (특검 수사)에 따라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권한을 빼더라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 靑 인사시스템 재점검

이 대통령이 민주당 공소취소 모임 대표인 김승원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공소취소를 둘러싼 시비를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이날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임명 재가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사안과 지적,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에 이해를 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말을 아꼈다. 공소취소 관련 오해가 다시 불거질 것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을 받는 김 후보자, 낙마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각종 인사 실패에 대해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해보려 한다”고 했다. 야권은 이 대통령의 연임, 공소취소, 부동산 관련 발언 등에 반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조작기소로 결론 내려놓고 나서 특검을 하는 것 자체가 공소취소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재영/김형규/최형창/이에스더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