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분양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계약자가 잇달아 패소했다. 올해 선고된 6건이 모두 분양사업자 승소로 마무리됐다. 분양 광고 누락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시정명령을 내렸더라도 법원은 이를 계약 해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위반의 경중과 관계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한 이후 제기된 소송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18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일 논현동 오피스텔 계약자가 낸 분양대금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공급대금 20억9846만원짜리 호실을 분양받은 계약자가 대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분양 광고에는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상대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었다. 구청이 시정명령을 내리자 계약 해제를 요구했다. 계약자들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지만, 재판부는 해당 법리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미한 사유만으로 사업장 전체 계약이 해제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이유다.
지난달 대구 중구 주거복합 오피스텔 소송에서도 계약자가 패소했다. 이 건물은 주택법상 사업계획승인 대상이어서 허가권자는 대구시장인데 시정명령은 중구청장이 내렸다. 재판부는 “권한 없는 기관의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무효인 처분으로는 계약 해제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월 인천 부평구 재개발 오피스텔 사건도 마찬가지다. 2억5094만원 반환 청구가 기각됐다. 광고에 “교육환경보호구역이 설정돼 있지 않다”고 기재된 것이 발단이 됐지만, 재판부는 입주 지연이나 중대한 하자처럼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해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유해업소 입점을 제한하는 제도로 자녀를 둔 계약자에게는 오히려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시정명령 취소 잇달아
계약자가 소송 근거로 삼았던 지자체의 시정명령이 취소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계약 해제 사유가 사라지면서 분양 현장 혼란도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달 대구 중구 오피스텔 시정명령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수원고등법원도 5월 평택 오피스텔 시정명령을 취소했다. 6월 화성 동탄 오피스텔은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세 사건 모두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 이전에 정정 광고를 게재하는 등 오류를 시정한 상태였다.
법원은 시정명령을 위법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행정처분으로 보고 있다. 위반 상태가 해소됐다면 시정명령의 대상 자체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도 지난 2월 같은 법리를 적용해 취소 판결을 확정했다. 시정명령이 취소되면 계약자가 분양 해지를 주장할 근거도 사라진다. 그동안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분양 현장에서는 시정명령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공급 과잉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분양가 이하로 시세가 하락한 단지가 늘어난 영향이다.
분양자들은 계약 유지로 손실 우려가 커지자 시정명령을 근거로 해제를 요구했다. 여기에 대법원 판결 이후 광고 문구 하나만으로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됐고, 일부 로펌은 이를 근거로 계약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전국 48개 사업장에서 해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분양 현장 갈등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3일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정명령이 있더라도 해당 위반으로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만 해약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7월 재입법예고를 거쳐 하반기 공포 및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