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하는 남산 곤돌라 건설 사업에 법원이 재차 제동을 걸었다. 다만 이번 소송과 별개로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사업자가 20년마다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며 남산 케이블카 영구 독점 논란은 해소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권순형)는 17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작년 12월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서울시가 곤돌라를 설치하기 위해 남산 일부 지역의 용도구역을 바꾼 조치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2023년 6월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부를 연결하는 곤돌라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하고 있는 한국삭도공업이 이에 반발해 2024년 8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분쟁이 시작됐다.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가 곤돌라 기둥을 설치할 땅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선 12m 이상 높이의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다. 남산 곤돌라를 설치하려면 30m 이상 높이의 기둥을 세워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기둥 설치 지역의 용도구역을 바꿨다. 한국삭도공업은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 보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지역 등에서만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파고들며 서울시의 용도구역 변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024년 8월 남산 곤돌라 착공에 들어갔지만 법원이 한국삭도공업의 공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며 같은 해 10월부터 약 2년째 공사가 중단됐다.
한국삭도공업은 소송에서 연달아 승리했지만 남산 케이블카 사업권을 영구적으로 보장받지는 못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등 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최대 20년으로 제한하는 궤도운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8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삭도공업 등 사업 운영 기간이 20년이 넘은 사업자는 이번 개정안 시행일로부터 2년 내 지방자치단체에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은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고(故) 한석진 씨가 설립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사업 허가를 받아 1962년부터 64년째 남산에서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한광수·이기선 공동대표를 포함한 일가족 여섯 명이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