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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우리, 밥 한번 먹읍시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회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 얼굴을 마주했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이 100명을 넘어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직원이 200명을 훌쩍 넘는다.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평촌연구소에서만 건물 4개 층을 사용하고 있고, 국내외 사무실도 10곳에 이른다. 같은 회사, 심지어 같은 건물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이 생겼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대표인 내가 직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하게 된 것은 한편으로 아쉽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팀 단위로 직원들과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거창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회의실도, 발표자료도 없다. 그냥 같이 앉아 밥을 먹는다. 신기하게도 회의실에서는 나오지 않던 이야기가 밥상에서는 나온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어려운지부터 사는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 역시 회사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때로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눈다. 회사의 방향을 공유하는 데 꼭 멋진 발표자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밥 한 끼를 먹으며 나눈 대화가 더 오래 남기도 한다.
자율주행차 한 대가 도로를 달리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원부터 차량을 만들고 시험하는 사람, 제도를 마련하고 사업화하고 현장을 운영하는 사람까지 각자의 일이 연결돼야 비로소 한 대가 움직인다. 조직이 커질수록 각자 맡은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회사 전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놓치기 쉽다. 그래서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같은 배를 타고 같은 곳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팀씩 만난다고 200명이 넘는 직원 모두를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계절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름과 직책으로만 알던 사람이 무엇을 고민하고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것 역시 회사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우리가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생각해본다. 좋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결국 모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하는 일 아닐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것. 어쩌면 내가 만들고 싶은 회사의 모습도 그렇게 거창하지 않은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말해보려고 한다. “우리, 밥 한번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