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대상생형 정년연장, 공염불 되나
“임금피크제 확대 없는 정년 연장 확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 16일 발간한 소식지에서 꼽은 올해 단체교섭의 가장 큰 성과물이다. 현대차의 기존 임금체계는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법정 정년에 도달하는 60세에는 10%를 삭감하는 방식이다. 정년 이후에는 촉탁직으로 최대 2년간 재고용 기회도 제공한다. 재고용 기간에는 임금이 대졸 신입 초봉 수준으로 책정된다.

노사의 이번 합의대로라면 법정 정년이 65세로 늘어나면 63세까지 기존 호봉제 임금체계에 따라 임금이 오른다. 이후 64세에 임금이 동결되고 65세에 10% 삭감된다. 현재의 임금체계가 그대로 5년씩 늦춰지는 셈이다. 노조로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자랑할 만하다.

문제는 이번 현대차 노사 합의에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제인 청년 고용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정년 연장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 없는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 그래도 위축된 청년 고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최근에는 ‘세대상생형 정년 연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중장년에게 일할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청년의 채용 기회를 뺏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상생 고용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는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근로시간·직무·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연계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인력 운용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답했다.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임금피크제 등을 활용해 기업이 부담 없이 청년을 채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또 “청년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년 연장과 재고용 제도를 결합하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년을 맞은 근로자를 일단 퇴직시킨 뒤 재고용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노사의 합의는 이런 정부 정책과 정반대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법정 정년 연장 논의를 노사 자율에 맡길 때 생기는 문제를 현대차 사례가 미리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안정적 고용과 높은 임금이 보장된 대기업 노조는 교섭력도 강하다.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일수록 임금체계 개편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른 대기업도 현대차 노사 합의를 따를 경우 정부의 세대상생형 정년 연장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국회 정년연장특별위원회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임금·직무체계 개편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