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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00쪽짜리 증권신고서, 투자자 보호用 맞나
신규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의 증권신고서가 1000쪽에 육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처음 제출할 때 400~500쪽이던 서류가 금융감독원의 수차례 정정 요구를 거치며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정작 투자자는 방대한 분량 탓에 읽기를 포기한다니 탁상행정이 빚어낸 어이없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올 들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8월까지 66건에 달해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43건)를 넘어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꼼꼼하게 심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제는 과도한 정정 요구로 법적으로 신고제인 증권신고서 제도가 실제로는 허가제처럼 운영된다는 데 있다. 특히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해 방어적 심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추가 정정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깜깜이 심사’가 이뤄지다 보니 기업과 증권사는 일단 제출하고 지적받으면 보강하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신고서 분량이 늘어나도 정작 정보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책임 회피용 문서로 전락한 셈이다. 제출과 정정이 반복되는 동안 기업은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고 경영 불확실성은 높아진다. 그 피해는 주주와 투자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서류와 절차만 늘리는 편의적 행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금융상품 하나 가입하려면 수십 장의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서류만 늘어난 탓이다.
금감원은 최근 ‘정정 요구 차등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잘 쓴 신고서는 신속히 심사하고, 부실한 신고서는 엄정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심사 관행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또 하나의 형식적 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 두꺼운 서류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올 들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8월까지 66건에 달해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43건)를 넘어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꼼꼼하게 심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문제는 과도한 정정 요구로 법적으로 신고제인 증권신고서 제도가 실제로는 허가제처럼 운영된다는 데 있다. 특히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해 방어적 심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추가 정정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깜깜이 심사’가 이뤄지다 보니 기업과 증권사는 일단 제출하고 지적받으면 보강하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신고서 분량이 늘어나도 정작 정보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책임 회피용 문서로 전락한 셈이다. 제출과 정정이 반복되는 동안 기업은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고 경영 불확실성은 높아진다. 그 피해는 주주와 투자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서류와 절차만 늘리는 편의적 행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중은행 창구에서 금융상품 하나 가입하려면 수십 장의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서류만 늘어난 탓이다.
금감원은 최근 ‘정정 요구 차등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잘 쓴 신고서는 신속히 심사하고, 부실한 신고서는 엄정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심사 관행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또 하나의 형식적 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 두꺼운 서류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