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동성 커진 환율 > 1550원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렸다. 16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문경덕 기자
< 변동성 커진 환율 > 1550원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렸다. 16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문경덕 기자
달러당 16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까지 떨어졌지만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가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 강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도한 환율 변동성으로 기업의 환위험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부 산출 적정 환율은 1335원

"원화, 아직도 저평가…환율 단기 반등 후 하락할 것"
한국경제신문이 14~15일 외환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340원대 원·달러 환율이 적정 수준이냐’고 묻는 항목에 13명이 “원화가 저평가됐다”고 답했다. 12명은 “다소 저평가됐다”고 했고, “저평가가 상당하다”고 한 응답자도 1명 있었다. “원화가 다소 고평가됐다”고 답한 전문가는 8명이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적정 환율 관련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산출한 적정 환율은 1335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원화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묻는 항목에는 가장 많은 9명이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일시적 조정”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4명에 그쳤다. 4명은 원화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고, 나머지 4명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구조적 원화 강세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며 달러 공급 기반이 확대된 만큼 과거처럼 환율이 다시 1600원대를 넘보는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석진 하나은행 외환 딜러는 “최근 환율이 200원가량 급하게 하락했기 때문에 연말까지 소폭 반등은 하겠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의 수출 호조세는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환율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내 1200원대까지 진입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6명은 “이른 시일 내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해 조달한 달러의 원화 환전이 마무리된 데다 중동 전쟁 장기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돌입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200원대 진입 시점으로 내년 하반기와 1분기를 꼽은 응답자가 각각 5명이었다.

◇ “환율 수준보다 속도가 문제”

전문가들은 환율의 절대적 수준보다 움직이는 속도를 더 많이 우려했다. 1년 전 1400원대 안팎이던 환율은 지난 6월 1560원대로 치솟은 뒤 이달 초 133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나흘 만에 재차 40원가량 뛰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응답자 중 14명은 “최근 환율 변동성이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극심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요인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도 13명이 ‘급격한 변동성’을 꼽았다. 5명은 “원화 강세 전환에 따른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극심한 이유(복수응답)로 ‘수출기업의 추종매매와 달러 매도 물량의 비대칭적 출회’를 꼽은 응답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원화 약세를 예상해 달러를 쥐고 있던 기업들이 시장 심리가 바뀌자 급히 달러를 매도해 변동성을 키웠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자금 유출입 확대’를 지목한 전문가도 12명에 달했다.

환율 급등락은 기업 경영에도 부담이다. 20명은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한 가장 큰 문제로 ‘기업의 환위험 및 수익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달러로 매출을 올리는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이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원화 강세는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속도 조절론과 글로벌 금리 상승세로 증시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