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 만에 50원가량 급등하며 1380원대로 올라섰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여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추세적인 원화 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원 오른 1383.3원에 거래를 마쳤다. 9일 1336.1원까지 떨어진 환율은 7거래일 만에 50원 가까이 뛰었다.
그동안 환율 하락을 이끌던 국내 수급 재료가 일단락된 가운데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수급 측면에서는 국민연금이 최근 환헤지를 중단한 것이 환율의 저점을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은행 외환 딜러는 “환율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국면에서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중단하자 환율의 단기 바닥을 확인했다는 명분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급 상황이 빠르게 뒤집혔다. 이 딜러는 “수입업체는 그동안 미뤄온 달러 매수에 나선 반면 수출업체는 환율이 더 오를 때까지 달러를 시장에 대규모로 내놓지 않는 ‘래깅(lagging)’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14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반도체 기업의 원화 환전 물량이 다소 잦아든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대미 투자 집행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1400~142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이 추세적으로 다시 상승세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내년부터 반도체 대기업의 배당 확대, 설비 투자 등으로 원화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인 4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세적인 원화 약세 국면이 다시 찾아오긴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중동 전쟁과 유가 수준이다. 중동 정세 악화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조 연구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원유 수송로 복구 여부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