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유학생과 교환교수, 언론인 등의 비자 체류 기한을 줄이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데니스 세일러 보스턴연방법원 판사는 14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가 지난 7월 공포해 15일 발효할 예정이던 비자 규정 변경 계획을 중단하라는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주요 대학 총장협의회와 교육단체, 노동단체 등이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받아들인 것이다. 새로 변경된 규칙은 F비자와 J비자(교환방문자) 소지자는 4년, I비자(언론인) 소지자는 240일 동안만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을 넘겨 체류하면 이민국에 체류연장(EOS)을 신청해 개별적으로 심사를 받으라는 것이 골자다. 이전에는 학업, 취재 등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는 경우 비자 유효기간과 별개로 체류기간에 제한이 없었다.

국토안보부는 국가안보상 필요성이 크며 사기 및 오남용 방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안보 우려는 4년 상한제와 무관하며 박사 후 훈련 과정 등을 고려하면 10년 이상 비자를 유지한 것이 특별히 의심스럽다고 판단할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언론인에 대해서는 안보 위협이나 사기 우려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세일러 판사는 유학생이 10% 감소하면 연간 720억~145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원고 측 추산을 국토안보부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보 위협과 사기에 대응할 다른 수단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기존 제도 아래 수천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자가 미국에 머물며 과학·의학·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 유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지원자가 줄어드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 정부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법정 다툼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