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지폐와 동전 사용이 줄면서 매출 감소에 시달리던 한국조폐공사가 지난해 놀라운 외형 성장을 이뤄 주목받고 있다. 조폐공사 매출은 2021년 5500억원에서 2022년 4928억원, 2023년 4461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하다가 2024년(5061억원)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증가 폭이 더 커져 사상 최대인 6386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 저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925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성장세가 꺾인 공기업 경영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성과라고 할 만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폐공사는 이미 청산 결정이 난 대한석탄공사와 함께 ‘가장 먼저 사라질 공기업’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이 화폐 발행량을 결정하면 거기에 맞춰 은행권과 주화를 제조해 공급하는 공기업 특성상 ‘캐시리스 사회’로의 전환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각종 수표와 유가증권, 우표 등도 제조하지만 이 역시 실물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조폐공사가 사회 상황 변화에 따른 악조건을 극복하고 매출 신기록을 쓴 것은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 덕분이다. 지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디지털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전자주민등록증 등에 적용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업에서만 매출 491억원을 올렸다. 차질 없는 사업화를 위해 대기업 출신 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각되는 화폐 부산물로 제작한 돈 방석, 돈 볼펜 등의 굿즈 판매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

공기업 효율성 제고는 모든 정부의 목표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발전공기업 5개사를 통합하는 등 공공기관 109개를 감축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숫자 줄이기만으로 공기업 개혁을 달성하기는 힘들다. 낭비·중복 업무에 대한 철저한 구조조정과 함께 성과 중심의 경영 시스템이 공공부문에서도 제대로 구축되도록 해야 한다. 매출 신기록을 쓴 조폐공사의 혁신 마인드가 모든 공공부문으로 확산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