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출신 벤처 길잡이 "더 많은 환자 살리는 길 택했죠"
“60대에 병원을 떠나 창업이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건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송재훈 민트벤처파트너스 대표(68·사진)는 15일 인터뷰에서 ‘이순(耳順)’을 넘은 나이에 안락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창업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감염내과 권위자이자 삼성서울병원장까지 지낸 그는 교수로 남아 진료 및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병원장 임기 4년(연임)을 마치고 2년 가량이 지난 2017년 돌연 바이오 업계로 향했다. 그의 나이 62세에 창업한 민트벤처파트너스는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발굴해 연구자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투자 및 운영 지원까지 함께하는 벤처 스튜디오다.

투자사가 기존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든다. 백신 개발업체 ‘모더나’를 발굴한 미국 보스턴의 플래그십파이오니어링이 대표적인 벤처스튜디오로 꼽힌다. 그는 “병원에 있으면 내가 만나는 환자에게만 의술을 베풀었겠지만, 좋은 의료 기술을 사업화할 경우 그 혜택을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감염내과 권위자서 병원장까지

1977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송 대표는 당시 국내 전문의가 10명 남짓이던 감염내과를 택했다. 그 중요성에 비해 전문가가 적다는 점에 끌렸다. 1995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그는 ‘항생제 내성’에 매달렸다. 그는 1996년 아시아 10개국, 14개 병원의 의료진을 모아 항생제 내성 감시 국제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했다. 훗날 14개국, 120개 병원이 가입한 네트워크로 성장한다. 그는 “작은 연구 조직을 국제적인 시스템으로 키운 경험이 병원 경영과 창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주요 보직을 섭렵한 송 대표는 2012년 제8·9대 병원장에 올랐다. 화두는 ‘연구의 사업화’였다.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진단과 치료 기술로 연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를 위해 직접 ‘20×2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20년까지 삼성서울병원의 20개 진료·연구 분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 사업화하는 계획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15개 바이오기업이 탄생했고 이 가운데 에임드바이오, 지니너스, 이엔셀 등 세 곳은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기술과 환자의 연결이 내 사명”

병원 중심 사업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병원이 기술 개발을 지원할 수 있지만 회사 설립 이후 경영과 투자 유치까지 돕기는 어려웠다. 송 대표는 “진짜 게임은 시작됐는데 정작 그때부터 창업자가 모두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였다”고 토로했다.

기술 사업화의 한계를 느낀 그는 병원을 박차고 나왔다. 2020년 민트벤처파트너스를 창업해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스타트업 4곳을 직접 설립했다. 투자 기업은 27곳에 달한다.

송 대표는 기술 자체보다 시장을 먼저 본다. 의사나 교수 창업자가 빠지기 쉬운 기술 편향 함정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그는 “시장에 어떤 미충족 수요가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좋은 논문과 기술만으로 사업이 성공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민트의 다음 승부처는 인공지능(AI) 헬스케어다. 2030년까지 직접 세운 스타트업을 10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향후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중동과 미국·유럽 등지로 벤처스튜디오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의사, 교수, 병원장, 기업인, 창업가로 역할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며 “새로운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해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은정진/사진=문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