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알레르기 치료용 자동주사기인 에피펜을 모든 구급차에 비치하도록 하자 민간 구급차 업계가 같은 성분의 약품이 이미 있고 비용 부담도 크다며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대한구급차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에피펜 비치 의무화 조치를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14일 시행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은 모든 일반·특수구급차에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를 갖추도록 했다. 에피펜은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 환자에게 일정 용량의 에피네프린을 자동 주입하는 장치다.

쟁점은 이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1급 응급구조사는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여할 수 있지만, 아나필락시스 환자에게는 자동주사기를 사용해야 한다. 업계는 일반 주사기로도 투여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넓히면 에피펜을 별도로 갖출 필요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구급차업계는 비용 부담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피펜은 개당 6만원대지만 앰풀에 담긴 에피네프린과 주사기는 합쳐 1000원 미만이다. 응급환자이송업체의 10㎞ 이내 기본요금은 일반구급차 4만원, 특수구급차 9만5500원이다. 에피펜 한 개 가격이 일반구급차 기본요금보다 비싸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응급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비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민간 구급차만 예외로 두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