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461억원까지 쪼그라든 한국조폐공사의 매출이 지난해 6386억원으로 급증했다. ‘캐시리스’ 사회로 전환하면서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던 조폐공사의 이례적인 선전이다.

가장 먼저 사라질 공기업이라더니…'돈 방석' 팔자 대박 났다
‘돈 방석’ ‘돈 볼펜’과 같은 ‘화폐 굿즈’ 사업과 공사의 주특기인 화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한 ‘국가 인증’ 상표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게 매출 반등의 열쇠였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조폐공사 매출은 638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2021년 5500억원, 2022년 4928억원, 2023년 4461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지폐와 동전을 사용하는 사람이 줄면서 화폐 제조 중심의 사업 구조가 한계를 맞은 탓이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석탄공사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공기업’으로 꼽히던 조폐공사가 매출 신기록을 쓴 비결은 사업 다각화다. 1등 공신은 디지털 온라인 상품권이다. 조폐공사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상품권 발행부터 결제·정산, 가맹점 관리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화폐 제조라는 본업을 온라인 분야에서 살린 사례다. 지난해 디지털 온라인 상품권 사용자는 17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디지털 지역화폐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 ‘디지털 조폐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폐 위·변조 방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K브랜드 정품인증사업’도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정부는 국가가 인증한 대한민국 공동 상표(K브랜드)를 만들어 수출품의 위조 피해를 막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조폐공사의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 등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워터마크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호화 보안 패턴을 작품에 삽입한 뒤 전용 앱으로 스캔해 진위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지난 5월에는 이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을 기반으로 배우 겸 화가인 박신양 씨와 미술품 브랜드 보호 계약을 맺었다.

이색 사업도 대박을 터뜨렸다. 매년 100t가량 소각되던 화폐 부산물로 제작한 돈 방석과 돈 볼펜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6억원 수준이던 화폐 굿즈 매출이 올해는 5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예술형 주화 사업도 본격화했다. 예술형 주화는 실물 화폐로서의 유통 기능보다 귀금속 가치와 희소성을 기반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투자·수집 자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출시하면 문화적·경제적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글로벌 예술형 주화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창립 80주년인 2031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