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산업 전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국내 재직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훈련 참여 인원이 2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세계 각국이 AI발 고용 충격에 대비해 근로자 재교육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국은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 직업능력개발훈련 시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재직자·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을 받은 근로자는 241만 명으로 2004년 이후 가장 적었다. 실업자와 취약계층 등을 합한 전체 직업능력개발훈련 인원도 299만4000명으로 전년 315만 명보다 15만6000명(5.0%) 줄어 300만 명대가 무너졌다. 지난 20년간 300만 명을 밑돈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훈련이 위축된 2020년뿐이었다.
AI 교육 시급한데…중기 현실은 "한 명만 빠져도 회사 멈춰"
직업능력개발훈련은 국민이 평생에 걸쳐 직업에 필요한 직무 수행능력을 습득하고 향상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주·재직자 훈련, 실업자·취약계층 훈련, 인력 부족 분야 훈련 등이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자는 정부가 발급하는 연 300만원 상당의 내일배움카드를 사용해 원하는 정부 인증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고용률을 제고하고 저소득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데 근로장려세제(EITC)와 고용보조금이 효과적이지만, 기술 변혁기에 구조적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재교육이 필수라고 말한다. 세계 각국이 최근 직무교육을 강화하는 이유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훈련·재교육 참여율은 9.5%로 OECD 평균(36.9%)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조사 참여국 중 가장 낮다.

AI 전환 시대, 20대 때 배운 기술로 버티는 한국
직업능력개발훈련 참여자 21년 만에 최소

인공지능(AI) 대전환이 노동 시장의 지형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국가·기업 차원의 근로자 재교육과 역량 제고가 전 세계 인사 전문가들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AI 확산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와 AI가 인간을 단순 노동에서 해방시켜 창의적인 역할로 이끌 것이란 기대가 함께 나오면서다.

하지만 한국에선 직업 재교육을 받는 인원과 예산이 되레 줄어들고 있다. 참여 인원 감소가 예산 축소로 이어져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 “교육 가면 회사 안 돌아가”

14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중 직업훈련 예산은 2023년 2조7301억원에서 2024년 2조6112억원, 2025년 2조2629억원, 2026년 2조2548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3년 후 3년간 감소액은 4753억원으로, 17.4%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실업급여 관련 예산은 1조3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실직 이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지출은 늘어난 반면 재직자의 직무 전환과 역량 개발을 위한 투자는 줄어든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 훈련에 기업들이 소극적인 것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만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시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않는 이유’를 묻는 항목에 기업의 31.7%가 ‘역량 갖춘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재 근로자들이 필요한 역량을 보유했다’는 응답이 30.8%, ‘비용이 많이 들어서’가 12.3%, ‘근로자 업무 부담 및 제한된 가용시간’이 8.8% 등이었다. ‘교육훈련 효과가 회의적’(5.9%)이라거나 ‘적정한 훈련과정이 부족하거나 없어서’(5.6%)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소기업은 경기 악화로 근로자 재교육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중소기업 AI 훈련 수요 조사에서 기업들은 ‘훈련시간 확보’(42.0%)와 ‘비용 부담’(35.8%)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 직업능력훈련기관 관계자는 “교육 비용은 경기가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깎는 항목”이라며 “한 사람만 자리를 비워도 현장 업무가 마비되는 중소기업 여건상 훈련을 보내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했다.

◇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교육 원해

정부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부터 주말 교육 근로자 1인당 하루 최대 5만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주말훈련 우대 지원’을 도입했지만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말 훈련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마련하는 교육 과정이 이론에 치우쳐 현장 수요와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를 상대로 선호하는 AI 관련 교육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업무적용 실습’을 원한다”는 응답이 51.2%로 가장 많았다. “AI 기초 이론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2.4%에 그쳤다. 향후 마련됐으면 하는 교육으로는 ‘4시간 미만’ 초단기 과정(42.9%)을 가장 많이 꼽아 짧고 실무적인 교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교육을 통해 숙련도를 쌓아도 보상이 충분하지 못한 것 역시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 자료를 보면 수리력이 1단위(표준편차) 높아질 때 임금이 상승하는 정도는 한국이 5%에 불과해 OECD 평균(1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조사 대상국 중 최저 수준이었다. OECD는 이에 대해 실제 직무 수행능력, 즉 ‘숙련’이 노동시장에서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곽용희/정영효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