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기후분야 유니콘 육성하는 기후테크법 추진 ‘잰걸음’


기후테크가 국가 전략사업으로 체계적으로 육성되는 길이 열린다. 현재 국회에서 제정 추진 중인 ‘기후테크 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가칭)’은 기후테크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정부 차원의 5년 단위 기후테크 육성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내 통과를 목표로 현재까지 나온 법안 통합 작업이 남아 있다.

박정 의원, 송재봉 의원, 김주영 의원, 김소희 의원안 등이 현재 발의됐다. 박정 의원은 법적 정의 및 창업 지원부터 기술 실증, 금융·세제 지원, 전문인력 양성, 규제특례까지 아우르는 종합지원체계를 제안했고, 송재봉 의원안은 기후테크 기술·제품의 실제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기여도를 산정하는 기후가치평가 기반 구축을 명시했다. 김주영 의원안은 기후테크 범위를 유연하게 확장하고, 실증 특례 기간을 최대 6년까지 확대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김소희 의원은 현재의 그린테크 5대 분야를 유지하고 기후테크진흥원을 설립하는 안을 내놓았다.

기후가치평가, 어떤 의미 있나

기후테크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가치평가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제품·서비스가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하는 체계다. 이 제품·서비스가 창출하는 감축효과, 기후적응 기여도, 잠재적 효과를 측정한다. 과학적 측정으로 주장을 검증해 지원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기후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이를 투자·조달·금융 판단에 활용할 수 있다면 기후테크는 연구개발 대상에서 산업 육성의 대상으로 전환하고, 분절적이었던 기존 사이클을 연구개발-초기수요-금융-시장확산의 경로로 연결할 수 있다. 기존에도 산업통상부가 운영해 온 기술가치평가가 있지만, 이는 기술의 사업적·금전적 가치에 머물러 있다. 기후테크법이 통과되면 기후테크에 맞는 실제 기후효과와 지속성, 환경건전성에 더해 경제·산업 가치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기후가치평가는 실증 이후 자금공백과 성장단계로의 진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테크법 설립을 이끄는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기후테크센터장)는 “초기 기후기술 스타트업의 73.6%가 투자 단계에 분포하고 있고, 시리즈B 이상은 약 7%에 불과해 성장·스케일업 단계의 진입기업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며 “평가체계와 지원수단을 연계해 정책금융·보증, 공공조달·구매약정, 민간투자·기후테크전문조합, 실증우선권·특례 등이 검토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후환경에너지부 과장은 “기존 정부 정책은 연구개발(R&D) 및 기술 확보에 머물러 시장 진입과 데스밸리 극복 후 사업화에 한계가 있었다”며 “기후테크법은 사전 기후가치평가를 통해 기술의 객관적 감축 기여도를 측정해 공공구매·녹색인증 등 초기 수요 창출에 활용하고 이를 민간 금융까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기후테크 법안은 규제샌드박스를 기후테크와 관련해 마련하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가 들어오게 하는 제도 설립이 관건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 9월 3일 열린 ‘기후테크 기후가치평가와 선금융 메커니즘’ 포럼에서 “현재의 ESG금융은 관측 가능한 과거 실적이나 상태 중심이라 실제 혁신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자금이 흐르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기후기술은 단계적 혁신 구조로, 중간 기술 성과를 금융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기술적인 중간재 산출물을 자산화하고, 중반 이후에도 펀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간에 발생하는 성과물을 모두가 믿을 수 있는 금융화 자산으로 만들면 기후테크 기술의 최종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 또한 기후테크가 기술개발에서 산업화로 넘어가는 데 존재하는 데스밸리(death vally)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건너게끔 설계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후테크가 R&D 단계까지는 가지만 실증과 초기상용화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위해서는 발생하지 않은 감축량으로도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중요하다.

그는 선금융 메커니즘의 성공 사례로 캐나다 성장기금의 배출권 선구매 사례, 네덜란드 포트로스의 탄소 포집·저장(CCS) 투자, 프런티어 펀드의 직접공기포집(DAC) 기후테크 투자 사례 등을 꼽았다. 캐나다는 성장기금을 통해 150억 달러의 성장기금을 조성했고, 네덜란드는 유럽 혁신기금을 통한 보조와 탄소가격의 차액보전을 통해 가능했다. 프런티어 펀드는 알파벳이나 메타와 같은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직접투자하는 형태다. 김 실장은 “중요한 건 자금이 아니라 자본이 흘러갈 수 있는 설계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현장에서도 기후테크 육성에 난관을 겪는 사례가 많다. 기후테크의 성장을 돕고 있는 이상진 현대차 정몽구재단 파트장은 “기후테크 연구자들은 정부 R&D와 초기 시드 자금을 바탕으로 실험실 수준의 뛰어난 기술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사업화를 위한 실증 및 스케일업 단계에서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어 자금이 끊긴다”고 강조했다.

이 파트장은 폐목재에서 바이오항공유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한 업체의 사례를 들었다. 국외와 국내 투자자를 타진했으나 2030년 혼입 전까지 기존 폐식용유 기반으로 충당 가능하다는 이유로 10~20년 뒤를 내다본 기술 투자를 꺼려해 투자를 받지 못했다.

조재현 SK하이닉스 카본앤에너지팀 TL 또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아무리 뛰어나도 전환 비용, 고객사 및 국제 규제 부합, 안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 검증과 실증이 완전히 완료되어 안전성이 확보되는 체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은 “기후테크는 시장 형성이 안 되어 있어 기업 펀드나 전략적 투자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시장 창출 조성이 필요하다”며 “국가 단위의 대형 투자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찬성 나이스평가정보 실장은 “과거 기술신용평가(TCB) 도입 당시도 정교한 학술적 모형을 검증 후 적용했다기보다 평가를 금융권에 먼저 적용한 뒤 사후 성과 데이터를 환류하여 모형을 반복 검증하는 방식으로 신뢰성을 구축했다”며 “기후테크진흥원이 설립된다면 그런 검증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