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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이 무너져도 살아낸다… 진창 속에서 버틴 사람들 이야기 [연극 리뷰]
재일교포 정의신 연극 '스미레 미용실'
탄광 사고로 무너지는 가족의 일상
비극 속 여성들의 '삶의 의지' 그려내
탄광 사고로 무너지는 가족의 일상
비극 속 여성들의 '삶의 의지' 그려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스미레 미용실’은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 한가운데서 쇠퇴하는 탄광 산업과 그 속 재일 한국인의 삶을 다뤘다.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어 정의신이 20년에 걸쳐 완성한 ‘재일 코리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정의신은 일본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보증하는 대표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다.
무대의 중심에는 낡은 이발소를 지키는 재일 교포 ‘수미’가 있다.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닮은 ‘스미레 미용실’을 여는 게 그의 꿈이다. 언니 ‘하츠미’와 여동생 ‘하루미’뿐 아니라 조선 국적을 끝까지 놓지 않는 아버지 홍길, 일본으로 귀화한 남편 나루히토, 다리를 다쳐 갱도로 들어갈 수 없는 시동생 히데히로 등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산다.
‘지상낙원’으로 알려진 북한으로 가는 것도 선택지로 다가온다. 그곳도 아리랑 고개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불안은 있다. 하지만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유혹은 쉽사리 저버릴 수 없다. 지금의 삶에 더 희망을 걸기 어려운 이들에게 북한으로 가는 게 마지막 가능성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공연이 끝까지 비극에 무게에 짓눌려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암울한 순간에도 유머를 놓지 않으면서다. 매번 ‘힘내자’고 외치는 ‘몽골고원 아저씨’ 같은 인물은 자칫 끝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숨 쉴 틈을 낸다. 인물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간다. 내일도 오늘만큼 고단할 것이지만, 그런데도 살아 있는 한 살아가겠다는 의지다.
작년 국내 무대에 오른 ‘야끼니꾸 드래곤’이 일본어 대사로 재일 교포의 삶을 그려냈다면, 이번 공연에선 모든 배우가 한국어로 대사를 주고받는다. 전무송, 최지연, 전국향, 송영주 등 12명의 배우가 무대를 채운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다음 달 3일까지.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