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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잠든 사이…태국의 시장에 찾아가야 하는 이유 [신예희의 나홀로 한입여행]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
쪽부터 카오똠, 카오깽으로 여는 아침
쪽부터 카오똠, 카오깽으로 여는 아침
방콕 지상철 역 주변은 아침 식사의 천국이다. 오토바이와 택시 기사, 회사원, 학생, 경찰 등 많은 사람이 아침을 먹거나 포장해 간다. 메뉴는 다양하다. 달걀프라이와 고기와 채소 반찬을 곁들인 도시락(뚜껑이 투명해서 내용물이 잘 보인다), 볶음국수, 샌드위치와 주먹밥, 먹기 좋게 손질한 과일, 여러 가지 튀김, 월남쌈과 비슷하게 생긴 샐러드 롤…
이 광경을 처음 보았을 땐 ‘이 사람들은 집에서 밥을 안 해 먹나?’라고 생각했다. 웃자고 한 건데, 실제로 그게 맞았다. 태국은 외식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태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대부분의 나라가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워낙 고온다습한 기후라 집에서 요리했다간 부엌이고 거실이고 할 것 없이 찜통이 되어버리고, 땀 흘리며 만든 음식도 곧 상하기 일쑤라서다.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과 부부의 맞벌이 비율이 높은 것도 주요 이유다. 자연히 가정집 부엌의 규모와 조리 시설도 간소한 편이다.
나는 지난 8년여간 태국 여러 도시에서 몇 주씩 머무는 여행을 여러 차례 하면서 단층 주택,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 콘도미니엄 등에서 다양하게 지냈다. 아담한 원룸에서 머물 때도, 가족과 함께 방 세 개짜리 넉넉한 곳에서 뒹굴 때도 부엌은 하나같이 단출하고 협소했다. 제일 작은 크기의 인덕션 레인지, 전자레인지와 전기주전자 정도다. 어차피 여행할 땐 그 나라의 음식을 사 먹는 재미가 크니까 별로 상관은 없긴 하지만.
이대로도 한국인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한 맛이지만, 다진 돼지고기를 피시소스와 마늘, 후추 등으로 밑간해 동글동글하게 빚어서 삶은 경단과 채를 썬 생강, 쪽파, 고수까지 올리면 두손 두발 다 들고 항복하게 된다. 먹기도 전에 이미 게임 끝이다. 아주 살짝 익힌 반숙 달걀이나 피단을 추가해도 참 맛있다. 쪽은 워낙 사랑받는 아침 메뉴라, 인스턴트 제품도 흔하게 판다.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을 붓고 3분만 기다리면 금세 완성된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 맛이라, 여행의 선물로도 좋다.
노점을 돌아보았으니, 좀 더 큰 곳에 진출해 보자.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은 방콕의 씨나카린위롯 대학교 아침 시장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부터 낮까지 대학교 캠퍼스가 커다란 장터로 변한다. 생활용품과 신선식품을 구경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슬슬 먹을 것이 나온다. 지역 주민과 대학생이 주로 찾는 곳이라 질이 좋고 저렴하다. 뻔한 관광객용 기념품이나 사진 찍기에만 좋은 번드르르한 음식이 아닌 점도 좋다. 내키는 대로 골라서 나만의 코스요리를 만들어 눈치껏 사람들을 따라가면 대학교 건물 내의 식사 공간에 도착한다. 너무 덥지 않다면 운동장 주변의 벤치에서 야외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딤섬은 이름까지 바뀌어서, 카놈찝(ขนมจีบ)이라고 부른다. 카놈(ขนม)은 간식류, 찝(จีบ)은 주름을 잡는다는 뜻이다. 만두피를 예쁘게 접어 모양을 내는 데서 온 귀여운 이름이다. 지도 앱에 딤섬이나 카놈찝을 입력해 보면 꽤 많은 식당을 찾을 수 있다. 편안한 동네 식당에서 고급 호텔 중식당까지 다양하다. 물론 노점에서도 흔히 만난다.
기본이 되는 소스는 찌쪼(จิ๊กโฉ่ว)다. 간장에 흑식초를 섞은 건데, 우리 것보다 덜 짜고 더 달다. 여기에 고추 다진 걸 넣는다. 더불어 모든 해산물에 찰떡궁합인 초록색 만능소스 남찜씨풋(น้ำจิ้มซีฟู้ด), 튀긴 음식에 잘 맞는 매콤달콤 스위트 칠리소스 남찜가이(น้ำจิ้มไก่)까지, 요 세 가지 소스는 태국 딤섬집 필수품이다. 이것 덕에 중국과는 다른 태국 딤섬만의 풍미가 확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