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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심·야광·향기…이해하지 않아도 좋은 구정아의 우주
'구정아: 우스모스'展 리움미술관서 개막
佛빌라 메디치상·에르메스상 받은 구정아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작품 35점 한자리에
쉽게 지나치는 주변의 사소한 물건 소재로
감각·상상력 자극…정답없는 세상 보여줘
佛빌라 메디치상·에르메스상 받은 구정아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작품 35점 한자리에
쉽게 지나치는 주변의 사소한 물건 소재로
감각·상상력 자극…정답없는 세상 보여줘
그런데 이런 작품을 내놓은 구정아(59)는 세계 미술계에서 찬사를 받는 작가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독일 베를린 노이에 내셔널갤러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미술관이 그의 개인전을 열었다. 프랑스 빌라 메디치상과 에르메스재단 미술상도 받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작품에 대체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걸까.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구정아의 최대 규모 개인전으로, 1990년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35점이 나온다. 최근 진행한 작가 인터뷰와 미술관 측 설명을 종합해 구정아가 만든 세계를 들여다봤다.
자신만의 세계를 짓다
커리어를 보면 그의 주도면밀함이 드러난다. 구정아는 20대인 1980년대 후반 파리로 건너가 국립미술학교(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했다. “2년만 공부하고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돌아올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무명의 아시아 작가였던 구정아는 현지 화랑·미술관 책임자를 비롯한 명사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고, 직접 찾아가 네트워크를 쌓으며 이름과 작업을 알렸다.
그렇다면 우스는 대체 무엇일까. 구정아는 “나의 개발 도구”라고 답했다. 이미 존재하는 개념을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작품화(化)해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도구라는 뜻으로 들렸다.
규칙이 뒤집힌 세계
중력과 시간도 뒤집힌다. 고미술 상설전시실에는 유물 사이에 뜬금없이 돌 하나가 놓여 있다. 이 돌은 자석의 힘으로 공중에 뜬 채 희미하게 빛난다. 수백 년 된 유물과 최근 작품이 나란히 놓이면서 시간이 순서대로 흐른다는 감각이 흐려진다.
두 개가 한 세트를 이루지만 결코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는 작품도 있다. 미술관 안의 바위 ‘에버’와 밖의 바위 ‘바스트’는 서로 이어져 있지만, 관객은 어디에 서든 둘을 함께 볼 수 없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한쪽을 보며 반대쪽을 상상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미술관 창 너머 돌담 틈에는 크리스털 50개가 박혀 있다. 햇빛의 각도와 날씨, 관람객이 선 자리가 우연히 맞아떨어질 때만 잠깐 보인다. “관람객이 못 보고 지나치면 어떡하냐”고 묻자 구정아는 답했다. “다 보여주고 싶지만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바쁜 일이 있으면 미술관을 나갈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을 하다가 작품을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죠. 그러다 언뜻 몇 년 후에 생각날 수도 있고요.”
김 부관장은 이렇게 부연했다. “현대인은 서로를 너무 이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꼭 좋은 것도 아니죠.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지 않고도 공존할 수 있듯이 작품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볼 수 있습니다.”
각자의 해석이 곧 정답
구정아는 자신이 만든 작품과 세계를 통해 뭘 말하려는 걸까. 그의 답변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관객 자신이나 이 사회와 대비해 봤을 때 어떤 차이가 있고, 뭐가 변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현실의 법칙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야광 작품들을 보고 나면 ‘보는 조건이 바뀌면 보이는 것이 전혀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많은 정보를 받아들여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현대 사회지만, 전시를 볼 때만큼은 ‘정답’을 신경 쓰지 말고 고민해보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스마트폰의 시대에 예술, 미술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해진 거죠.”
독대한 60분 동안 그는 자신의 작품이 품은 의미를 끝내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까지는 기자의 해석이다. 다만 30년간 구정아가 다뤄온 소재는 한결같이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주변의 사소한 물건이었다. 이를 다시 보고, 각자 나름의 답을 내리면 충분하다. 관람료는 1만8000원,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