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스토리 - AI 시대, 다시 쓰는 인재전략 ③
인사 담당자가 AI 기반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챗GPT
인사 담당자가 AI 기반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챗GPT
인공지능(AI)은 이제 인사(HR) 관리의 일상을 넘어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한 HR 솔루션 기업이 인사담당자 9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가 HR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채용 공고 작성부터 서류 심사, 면접 분석, 인력 배치와 근태 관리에 이르기까지 AI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렵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명분은 확고하다.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인간의 주관적 편향을 배제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효율’의 이면에는 법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채용-평가-배치-해고에 이르는 인사관리 전 과정에서 기업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법적 쟁점을 살펴본다.

채용, ‘알고리즘 차별’의 함정 위험

채용 단계의 첫 번째 이슈는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권리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예비 지원자를 찾기 위해 인터넷상의 정보를 크롤링하거나 타사의 채용 공고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경우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침해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은 정보주체가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동의의 범위’ 내에서만 별도 동의 없이 처리가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나아가 동의 범위를 벗어난 처리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에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과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 영업의 자유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따라서 당초 공개 목적과 무관하게 상업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웹 크롤링이나 정보 수집은 법익 형량 과정에서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차별’과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문제다. AI는 다수의 지원자를 신속하게 평가하지만 학습 데이터 자체에 편향이 존재한다면 채용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의2는 적절한 인적 개입 없이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AI가 걸러냈다”는 사실은 탈락에 대한 적법한 항변 사유가 될 수 없다. 알고리즘의 판단 과정에 인사담당자의 실질적 개입이 반드시 설계돼야 하는 이유다.

평가와 배치, ‘모니터링’인가 ‘감시’인가

평가 및 배치 영역에서 AI는 직원의 생산성과 성과 지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물류창고에서 작업 중단 시간을 측정하거나 이메일 작성 시간과 응답률을 인사 고과에 반영하고, 자격 데이터를 종합해 최적의 근무지를 매칭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 상시 모니터링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쟁점은 근로자성 및 불법파견 리스크다. 최근 대법원은 플랫폼 기반 종사자라도 앱을 통해 업무 지시와 통제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이를 기업 간 관계에 적용하면 원청이 AI 솔루션을 통해 하청 직원의 근태를 관리할 경우 불법파견 판단의 핵심 징표인 ‘상당한 지휘·명령’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AI의 권고가 실질적인 강제성을 띠지 않도록 직원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시스템 설계가 필수적이다.

알고리즘, 해고의 ‘정당한 이유’ 될 수 없어

해고는 노동법에서 가장 엄격하게 다뤄지는 영역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직원의 행동을 모니터링해 부정행위를 탐지하고 자동으로 해고하는 알고리즘이나 AI 도입을 이유로 포괄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요구하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는 법원이 개별 사안마다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영역이다. AI의 산출 결과만으로 단행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AI 중심의 전략 재편을 근로기준법 제24조상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직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없다.

새로운 법보다 무서운 ‘기존 규제’

최근 시행된 ‘인공지능 기본법’은 채용 관련 AI를 사람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명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법의 직접적 규제 대상이 주로 ‘인공지능 사업자’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I 솔루션을 구매해 활용하는 일반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AI 도구의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기준법, 채용절차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기존의 엄격한 규제는 사용자인 기업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업은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인사 업무 단계별로 준수해야 할 노동·개인정보 관련 법령을 매핑한 ‘컴플라이언스 체크리스트’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생성형 AI 사용 과정에서의 정보 유출에 대비해 보안 서약서와 사내 내규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윤리적·법적 이슈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AI 인사관리 윤리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출 때 비로소 기업은 법적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AI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인사관리 영역에서의 AI 컴플라이언스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ESG 경영’의 핵심 테마다. 전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와 절차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 부문의 핵심이며, 설명 가능하고 책임 소재가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는 지배구조의 본질이다. 향후 점진적으로 확대될 인적자본 공시에서도 수치화된 결과보다 그 결과를 도출해 낸 ‘과정의 신뢰성’이 시장의 평가를 좌우할 것이다.

기술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이 딛고 선 원칙은 더욱 선명해야 한다. “채용은 투명하게, 평가는 설명 가능하게, 해고는 사람의 책임하에.” 이것이 다가오는 AI 시대, 지속 가능한 인재 전략의 기초다.

박정택·조수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