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정보공시 인증팀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의무화로 ESG 정보가 재무제표에 준하는 엄밀성과 신뢰성을 요구받고 있다고 보았다. 삼정KPMG는 제3자 인증까지 대비한 경로 기반 정량화 접근법을 강조했다.
[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포커스 인터뷰① - 삼정KPMG
첫 줄 오른쪽부터 삼정KPMG ESG정보공시·인증팀 손민 상무, 황재남 부대표(리더), 한대근 상무, 권희준 상무와 팀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PMG 제공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의 최종 확정과 의무화 시점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기존 글로벌 지속가능성보고기준기구(GRI) 기반 자발적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 체계로 편입됨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역시 재무제표에 준하는 엄밀성과 신뢰성을 요구받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ESG 공시 및 검증 생태계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꼽히는 삼정KPMG 정보공시·인증팀(ESG R&A, Reporting & Assuarance)은 감사부문 내 소속된 전문가그룹으로, 회계사와 ESG 분야별 전문가 70여 명을 포함해 감사부문 전체 연계 인력 150여 명이 원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정KPMG R&A팀을 만나KSSB 공시도입에 따른 기업들의 현주소와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가장 큰 병목은 ‘연결 데이터’와 ‘시점’
삼정KPMG 측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준비 현황에 대해 “준비가 잘되어 있다고 자신하는 기업조차 실상을 들여다보면 추가로 대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28년부터 1차 의무공시 대상이 되는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들이 가장 크게 겪을 병목 현상으로 △연결 기준 데이터 관리 부재 △재무제표와의 연결성 △빠듯한 공시 일정 △전문 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그동안 기업들은 재무제표에 대해서만 연결 결산을 진행해 왔을 뿐, 온실가스나 에너지 데이터를 해외 종속법인까지 연결 관점에서 일관되게 집계해 본 경험이 드물다. 지속가능 경영에 앞서 있다고 평가되는 그룹사조차 계열사마다 다른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열사 데이터 취합 방식도 단순 결괏값 모으기가 아닌, 데이터의 원천과 산출 근거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아직도 엑셀로 집계해 이메일로 전달하는 구조는 전표 승인 없이 장부를 쓰는 셈이다. 또 최종 집계표는 있어도 근거 문서로 추적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ESG 부서뿐 아니라 제조, 시설, 재무, 전략기획 등 관련 부서 전체가 공시 작성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제기된다.
재무제표와의 연결성도 중요하다. 공시에서 언급한 전환 계획이 재무제표상 투자·충당부채·손상 검토와 정합성을 갖는지가 투자자 신뢰의 핵심이다. 기후 리스크·기회의 재무적 영향 정량화를 통해 탄소가격 시나리오별 영업이익 영향, 좌초자산 규모, 전환 투자에 따른 설비투자(CAPEX) 계획처럼 밸류에이션 모델에 대입 가능한 숫자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 ESG 보고서가 6월 말에 발간되던 것과 달리, 사업보고서 편입 시 3월 말(실질적으로는 2월 말)까지 결산 및 공시 데이터가 확정되어야 한다는 점이 기업들에게 거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무제표는 월말 결산 후 신속히 산출되는 반면, ESG 데이터는 통상 6월 말 취합되는 것이 보통이라 일정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정KPMG만의 경로 기반 정량화 방법론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재무적 연계성을 충족하기 위해 삼정KPMG는 ‘경로(Impact Pathway) 기반 정량화’ 방법론을 고안했다. 기후 리스크와 기회가 어떤 경로를 거쳐 재무제표 계정에 도달하는지 명시적으로 설계하고, 공신력 있는 시나리오 파라미터를 입혀 영업이익 영향액, 좌초자산 규모, 전환 CAPEX 등으로 산출한다.
먼저 산업 특성과 사업 구조를 반영해 전환 리스크(규제·기술·시장·평판)와 물리적 리스크(급성·만성) 및 기회 요인을 식별하고, 발생 가능성과 잠재적 영향 규모를 기준으로 정량화 대상을 선별한다. 이후 선별된 각 요인에 대해 ‘기후 요인 → 사업 동인(driver) → 재무제표 계정’으로 이어지는 전달 경로를 명시적으로 정의한다.
예컨대 탄소가격 규제 강화라는 리스크는 ‘탄소가격 상승 → 유상할당 확대에 따른 배출권 구입 비용 증가 → 매출원가 증가 → 영업이익 감소’라는 경로로, 태풍·홍수 같은 급성 물리 리스크는 '사업장 침수 → 조업 중단 및 설비 피해 → 매출 감소·자산 손상·복구 CAPEX'라는 경로로 구조화된다.
마지막으로 각 경로에 시나리오와 파라미터를 입힌다. 녹색금융협의체(NGFS)·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공신력 있는 시나리오에서 탄소가격 경로, 에너지 가격, 수요 변화율 같은 외생 변수를 추출하고, 여기에 기업 고유 데이터를 결합해 경로상의 각 연결고리를 산식으로 전환한다. 물리적 리스크의 경우 사업장 좌표 기반 기후 데이터로 위험 노출도를 평가해 조업 중단 일수, 피해율 같은 파라미터를 도출하고 구체화된 경로를 따라 시나리오별·기간별 재무영향을 산출한다. 나아가 감축 수단별 한계저감비용(MACC), 내부탄소가격(ICP)을 통해 정량화 결과를 투자 의사결정으로 환류시킨다.
이러한 접근으로 경로가 명시적으로 문서화되어 있어 ‘이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가’를 인증인과 투자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 즉 외부인증을 견디는 정량화다. 시나리오나 규제가 바뀌어도 경로 구조는 유지한 채 파라미터만 갱신하면 되므로, 일회성 분석이 아니라 매년 반복 가능한 공시 프로세스로 정착시킬 수 있다. 이는 삼정KPMG가 감사부문 소속 조직으로서 처음부터 인증 준비 수준(assurance-ready)을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한 설계다.
삼정KPMG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시서류에 담긴 기후 시나리오상의 미래 예측 가정과 실제 재무제표 작성 시 사용한 회계적 가정의 일관성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기후 전환 계획에 따른 고배출 설비 폐쇄 계획이 KSSB 공시에 담긴다면, 이는 재무제표상 감가상각 가속화나 자산손상 검토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CFO 오너십 불가피…이사회·감사위, 역할 재정립 시작”
[인터뷰] 손민·권희준 삼정KPMG 정보공시·인증팀 상무, 권민정 이사
KSSB 공시가 사업보고서로 들어오면서 기업 내부 거버넌스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나.
“CFO의 오너십이 불가피해졌으며,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의 역할 재정립이 시작됐다. 과거엔 ESG팀이 보고서를 쓰고 담당 임원 보고로 끝났다면, 이제는 최종 사업보고서에 서명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어젠다를 주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또한 실행 주체인 기존 ESG위원회가 자신들의 실적 공시를 직접 검토하는 모순을 막기 위해, 감사위원회가 지속가능성 공시 정보의 검토 및 감독 역할을 추가로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거버넌스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CFO가 공시의 최종 오너십과 품질 책임을 지되, ESG 전략 조직·현업·IT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두고, 궁극적으로는 이사회·감사위원회가 재무보고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감독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업들이 외부 인증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스코프 3 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법은.
“스코프 3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려는 접근은 실패한다. 중요성 기반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 스코프 3 15개 카테고리를 스크리닝해 배출 비중이 큰 소수 카테고리(제조업이라면 통상 구매 제품·서비스, 판매 제품 사용)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 품질의 단계적 고도화가 필요하다. 아직 지출액 기반(spend-based) 또는 외부배출계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중요 카테고리부터 활동량 기반, 나아가 공급업체 실측 데이터로 전환해야 한다. 방법론 문서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인증인이 확인하는 것은 결국 산정 경계, 배출계수 출처와 적용 우선순위, 추정 방법과 가정, 재산정 기준이 문서로 일관되게 관리되는가다. 지금은 유예 기간이라기보다는 데이터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준비 기간이다.”
기후전환 계획 등 미래 예측 정보가 향후 실제 수치와 다른 경우는 어떻게 하나.
“예측이 틀렸다는 사실 자체가 페널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가정하에 수치가 도출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최종안의 취지다. 다만 재무제표 작성 시 활용한 가정과 KSSB 공시상의 가정이 일관되어야 한다. 사업 계획상 매출 성장률 가정과 배출량전망치(BAU) 전제가 상충하거나, 설비 교체 계획과 재무제표상 감가상각 방침이 다르면 안 된다. 제한적 인증 단계에서는 분석적 절차와 질문 등이 중심이지만, 합리적 인증으로 가면 인증인이 통제 이해에 기반해 입증절차를 설계하기 때문에, 통제 없는 데이터는 사실상 합리적 인증이 불가능하다. 향후에는 지속가능성 지표와 재무제표 간 연계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므로, 재무제표 감사 수준의 합리적 인증으로 가지 않고 제한적 인증에 머무르더라도 요구되는 인증 범위 및 절차는 기존 지속가능보고서 인증 대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ESG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우선 시스템 구축 전에 기업 전체의 가이드라인 및 지침을 확정해야 한다. 조직 경계, 데이터 수집 계층(실측–청구서–추정), 배출계수 우선순위, 재산정 기준 등 방법론이 문서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부터 만들면 개발 도중 요건이 계속 바뀌고, 담당자들의 피로도가 올라간다. 또 사용자 편이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연계 범위를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마치 엑셀만 옮겨놓은 것 같은 시스템도 해답이 아니고, 무리하게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도 해답이 아니다. 회사별 상황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관점에서 시스템 오너를 명확히 해야 한다. 공시 데이터가 사업보고서로 들어가는 이상, 검증 관점의 요건, 즉 감사 증적(audit trail), 접근 권한, 변경 관리 등을 초기 설계에 반영하면 이후 검증이 수월해질 것이다.”
ESG 자문 및 공시 시장에서 삼정KPMG가 가지는 차별화된 강점은.
“재무 감사 본부와의 실질적인 장기 협업 체계다. ESG 전담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특정 이벤트가 재무제표 개정과 원가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완벽히 분석하기 어렵다. 삼정KPMG는 약 4년 전부터 해당 산업을 수년간 감사해 온 재무제표 감사인들과 원팀으로 일하며 업종 전문성과 재무-ESG 연계 역량을 결합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