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AFP연합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AFP연합
그래미 어워즈가 방탄소년단(BTS)의 보이콧 선언으로 논란이 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래미가 K팝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을 주요 본상에서 제외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 의도와 무관하게 일부 아티스트들이 (아시안 팝) 부문이 자신들이 힘들게 만든 음악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음악인 출신으로서 이를 가슴 깊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션들이 진정으로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제 그래미 시상식 부문이 100개를 넘어선 만큼 우리의 노력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번 성명은 BTS가 "그래미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한 지 15일 만에 나왔다.
BTS 멤버 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사진=진 인스타그램
BTS 멤버 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사진=진 인스타그램
이번 논란은 지난 6월 그래미가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음악을 대상으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하며 불거졌다. 전 세계 음악계 종사자와 팬들 사이에선 그래미가 아시아 음악을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본상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K팝을 필두로 한 아시아 대중음악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이라는 틀에 가둬 그래미의 변방으로 격하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BTS는 지난달 29일 보이콧 선언으로 그래미를 직격했다. BTS 멤버 7명 전원은 자신의 SNS 계정에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의 경계를 넘어 음악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수차례 그래미 문턱을 넘지 못한 BTS는 지난 3월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으로 내년 2월 시상식에서 수상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래미 측은 현재 아시아 음악 산업 관계자들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TS가 몸담고 있는 하이브를 비롯해 K팝, J팝, C팝 등 아시아 각 지역 레이블 관계자들과 만나 아시안 팝 부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파장과 BTS의 글로벌 팬덤 등을 고려하면 그래미가 내년 시상식 이전에 아시아 팝 부문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세민 기자

그래미 성명 원문

The Grammy organization exists to serve all music people, and part of that is working to ensure that no voice or community gets overlooked or misunderstood.

It’s clear from our numerous conversations with many stakeholders over the past two weeks that, regardless of our intent and desire to be even more inclusive, there are some artists in this space who feel that this category isn’t representing the music they work so hard to create, in the way they wish. As a musician myself, I take that to heart.

Over the past six years, the Academy has shown that it can act decisively and move swiftly to meet the needs of our music community. The management and Board are committed to working together to keep pace with that progress and ensure the musicians we intend to honor feel truly seen and heard by our actions.

Now that Grammy award categories have exceeded 100, it is time to consider how we can evolve our efforts.

그래미 조직은 모든 음악인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며, 그 역할 중 하나는 어떤 목소리나 커뮤니티도 소외되거나 오해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지난 2주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더욱 포용적인 조직이 되고자 했던 우리의 의도와 바람과는 별개로, 이 분야의 일부 아티스트들이 해당 부문이 자신들이 피땀 흘려 만든 음악을 원하는 방식으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저 또한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서 이 점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레코딩 아카데미는 음악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결단력 있게 행동하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가 기리고자 하는 뮤지션들이 우리의 행동을 통해 진정으로 존중받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제 그래미 시상식의 부문이 100개를 넘어선 만큼, 우리의 노력을 어떻게 진화시켜 나갈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