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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 비싼데 내놓자마자 완판…김치 팔아 540억 쓸어 담았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장인 재료’ 백화점 vs ‘셰프 손맛’ 호텔…김치 전쟁
현대百, ㎏당 3만원 김치 출시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13일 압구정본점 식품관에서 ‘명인명촌 김치’를 출시한다. 배추김치·열무김치·오이소박이 등 일상김치 10종과 순무김치·갓김치 등 별미김치 2종을 선보인다. 배추김치는 1㎏에 3만원,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는 각각 2만6000원이다. 순무김치는 3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무역센터점과 판교점 등으로 판매처도 확대할 계획이다.현대백화점이 내세운 경쟁력은 식재료다. 2009년부터 운영한 전통식품 브랜드 명인명촌을 통해 발굴한 장인들의 소금과 젓갈, 양념을 김치에 담았다. 신안 천일염과 아산 새우젓, 경주 멸치액젓 등을 사용한다. 김치 한 통을 팔면서 각 재료의 산지와 생산자의 이야기도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다.
높은 가격에도 구매하는 4050세대의 수요는 홈쇼핑에서 확인된다. 신세계라이브쇼핑에 따르면 최근 판매한 조선호텔 겉절이는 판매 목표를 20% 웃돌며 준비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일반 홈쇼핑·대형마트 김치보다 가격이 약 세 배 높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홈쇼핑으로 가져와 판로를 넓힌 사례다.
상품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대용량 배추김치로 냉장고를 채우는 데서 나아가 겉절이와 파김치, 갓김치 등을 골라 먹는 방식이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조선호텔 갓김치와 열무김치를 ㎏당 2만~3만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같은 김치라도 종류와 원재료, 브랜드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는 시장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호텔 김치는 美·日 식탁 공략
이번 경쟁은 김치를 구매하는 이유가 세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접 담그는 수고를 줄이려는 소비자에게는 편의성이 중요하지만, 프리미엄 상품은 익숙한 반찬에서도 맛의 차이를 찾는 수요를 겨냥한다. 백화점은 식재료를 고르는 안목을, 호텔은 식당에서 축적한 조리 경험을 구매 이유로 제시한다. 판매 채널로 협력하던 백화점과 호텔이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같은 소비자의 식탁을 공략하게 된 셈이다.무대는 해외로도 넓어지고 있다. 조선호텔 김치는 미국 H마트와 온라인 플랫폼 울타리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워커힐은 지난해 9월 미국 수출을 시작한 뒤 호주로 판로를 확대했다. 올해 6월 말까지 두 국가의 누적 수출 물량은 60t이다. 롯데호텔도 지난 7월 일본 도쿄 다이마루백화점에서 첫 해외 김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김치 수출의 기반은 커졌지만 성장 속도까지 빠른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지난해 김치 수출액 잠정치는 1억6440만달러로 역대 최대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0.5%였다. 호텔들의 해외 진출은 이런 시장에서 브랜드와 품질로 차별화해 새로운 수요를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도 장기적으로 명인명촌 김치를 해외 프리미엄 미식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다. 완제품 김치뿐 아니라 소금과 젓갈 등 장인들의 개별 식재료까지 해외 판로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식품관에서 시작한 경쟁을 해외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김치의 다음 시험대는 재구매다. 장인의 이름과 호텔의 간판은 첫 구매를 이끌 수 있지만, 매일 먹는 반찬인 만큼 가격에 걸맞은 맛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김치 전쟁의 승부는 얼마나 비싼 제품을 내놓느냐보다 소비자가 다음 김치 한 통도 같은 브랜드로 고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