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아리랑’ 컴백 공연에서 옥반지를 착용한 BTS 뷔 / 빅히트뮤직
서울 광화문 ‘아리랑’ 컴백 공연에서 옥반지를 착용한 BTS 뷔 / 빅히트뮤직
BTS의 컴백 무대 '아리랑'은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3월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강렬한 화제를 모은 것 중 하나가 BTS 뷔(V)의 손끝이었다. 카메라에 클로즈업된 녹색과 검은색의 옥반지 일곱 개는 '옥'이 더 이상 할머니 세대의 보석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도대체 뷔의 옥반지는 무엇이 달랐기에 이토록 힙하게 다가왔을까. 이 매력적인 반전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뷔가 착용했던 옥반지 속 뒷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근 서울 종로 ‘예작쥬얼리’ 매장에서 이진욱 대표(34)를 만났다.
옥반지 7개를 양손에 착용한 BTS 뷔의 모습 / 예작쥬얼리 제공 © nuna V
옥반지 7개를 양손에 착용한 BTS 뷔의 모습 / 예작쥬얼리 제공 © nuna V
Q.뷔가 어떻게 예작쥬얼리의 옥반지를 착용하게 되었나

“광화문 ‘아리랑’ 공연 이틀 전에 BTS 스타일리스트 측에서 반지 실물을 보내줄 수 있냐는 이메일을 받았다. 협찬을 요청하는 사진 목록을 함께 보내왔다. 당시 메일에는 BTS 뷔가 착용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빠르게 매장에 있던 제품을 모았다. 도깨비 반지, 실버라이닝, 모던 시그닛 등 10여 종, 색상까지 포함해 30개가 넘는 옥반지를 보냈다. 모두 평소 판매하던 제품들이었다.

전통 가락지 느낌보다는 무대에서 개성이 잘 드러날 제품을 골랐다.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옥이 이렇게 힙할 수 있나?’, ‘옥에도 이런 색과 디자인이 있었나?’라는 반전이었다. 옥이 전통적인 소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스타일링에서도 강한 개성과 존재감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Q. 뷔가 옥반지 일곱 개를 양손에 착용했는데, 소감은.

“생방송으로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정말 난리가 났다. 뷔가 예작 반지만 일곱 개를 양손에 착용한 것을 확인했을 때 믿기지 않았고, 정말 가문의 큰 영광이라고 느꼈다.

특히 얼굴 근처로 손을 올리는 제스처와 안무가 많아서 카메라가 줌인 될 때마다 반지가 계속 보였다. 한 제품만 착용한 것이 아니라 색과 디자인이 다른 옥반지를 여러 개 겹쳐 착용한 모습이 우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현대적인 옥 스타일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의미가 컸다.”
BTS 뷔가 옥반지를 믹스앤매치해 착용한 모습 / 예작쥬얼리 제공
BTS 뷔가 옥반지를 믹스앤매치해 착용한 모습 / 예작쥬얼리 제공
Q. 뷔 착용 이후 국내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뷔가 착용하기 몇 해 전부터 해외 관광객의 유입이 계속 늘고 있었다. 뷔의 착용은 그 성장세에 아주 강하게 불을 붙여준 계기였다. 방송 직후 국내외 주문이 급증했고,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온 해외 아미와 국내 팬들이 매장을 많이 찾아주셨다. 뷔가 착용한 조합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다며 손가락마다 사이즈를 맞춰 여러 개를 한 번에 주문하시는 분이 다수여서 놀랐다. 아미들이 매너가 좋고 선한 기운과 행복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응대하는 저희도 기분이 좋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고객의 증가였다. 옥은 고루한 전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국내 고객의 인식 변화를 실감했다. 뷔 님이 실제 착용하신 일곱 개의 반지는 지금 매장에 별도 진열함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팬들께 보여드리면 정말 좋아하시고 사진도 많이 찍어 가신다. 우리 예작 가족에게는 이제 완전히 가보 같은 존재가 됐다."
뷔가 착용한 일곱 개의 옥반지가 매장에 전시된 모습 / 사진. ©민은미
뷔가 착용한 일곱 개의 옥반지가 매장에 전시된 모습 / 사진. ©민은미
Q. 온라인 스토어와 SNS를 적극 활용 중인데.

"온라인을 시작한 이유는 생존에 가까웠다. 예작의 시작은 1986년 회현 지하상가였다. 할머니가 옥 원석과 나석을 수입·도매하며 시작했고, 이후 아버지가 사업 규모를 키웠다. ‘예작’이라는 브랜드 이름은 옥 장신구를 예술 작품처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아버지가 지으셨다. 하지만 2006년경부터 염색·착색 처리한 비취가 천연 비취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되면서 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졌다. 예작은 값싼 처리 제품과 가격 경쟁을 해야 했고, 거래처와 매출도 크게 줄었다.

2019년에는 이대로라면 가업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위기 속에서 어머니가 2020년 SNS를 시작했고, 제가 합류한 뒤 2021년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구축하며 소매와 온라인 판매를 본격화했다. 이후 영문 자사 몰과 구글 지도까지 채널을 넓히며 국내외 고객과의 접점을 꾸준히 확대하게 되었다."

Q. 온라인 스토어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전략은.

"온라인을 주로 이용하는 20·30에 옥은 익숙하지 않은 보석인 데다 사진만으로 색과 디자인을 판단해야 하므로 '사진과 다른 제품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많이 하신다. 그래서 저는 '천연석이라 제품마다 색이 다를 수 있다'라는 말로 끝내지 않고, 재고를 하나하나 분류해 색상과 패턴, 투명도, 두께를 일정한 기준으로 관리했다. 초기에는 2만8천 원짜리 얇은 옥반지까지 개별 촬영해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옥이라는 낯선 보석을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줄인 것이 온라인에서 꾸준히 판매되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가장 효과가 컸던 전략은 옥의 미세한 색 차이에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같은 스카이블루라도 두께에 따라 '슬림'과 '슈퍼 슬림'으로 나누고, 초록빛이 돌면 '아쿠아그린', 두 색이 섞이면 '스카이블루·아쿠아그린 믹스'로 구분했다. 천연석의 미묘한 차이를 취향의 선택지로 바꾼 것이다. 그중 '슈퍼 슬림'은 입소문을 타며 품절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여주고 설명하려 했던 노력이 결국 고객에게 전달된 것 같다."
[상단] 도깨비 옥반지, 실버 라이닝 파베 옥반지  [하단] 오팔이 세팅된 흑옥반지, 스카이블루 슬림 옥반지 / 예작쥬얼리 제공
[상단] 도깨비 옥반지, 실버 라이닝 파베 옥반지 [하단] 오팔이 세팅된 흑옥반지, 스카이블루 슬림 옥반지 / 예작쥬얼리 제공
Q. 처음부터 30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했나.

"처음부터 30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정해놓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2021년부터 슬림한 옥반지와 착용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을 때 20·30대 고객들이 무엇을 부담스러워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방향이 선명해졌다. 기존 옥 시장에는 어머니나 할머니 세대가 착용하는 두껍고 진한 초록색 제품이 많았고, 젊은 고객이 매일 편하게 착용할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2.5~3mm 안팎의 슬림 반지와 일상복에 어울리는 미니멀한 디자인, 피부톤과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옥은 오래전부터 보호와 평온,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것을 의식하든 하지 않든 착용 경험의 일부라고 느낀다. 그래서 전통적인 의미를 없애기보다 지금의 생활과 옷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형태로 바꾸어 디자인했다. 얇고 단순한 데일리 가락지부터 도깨비 반지처럼 독특한 디자인, 실버와 골드에 옥을 세팅한 현대적인 반지까지 확장한 이유도 같다."

옥 주얼리에 대하여 설명하는 ‘예작’ 이진욱 대표 / 예작쥬얼리 제공
옥 주얼리에 대하여 설명하는 ‘예작’ 이진욱 대표 / 예작쥬얼리 제공
Q. 해외 관광객의 여행 필수 코스로 방문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향후 계획은


"한국의 옥 주얼리도 충분히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해외 고객을 위해 현재 매장에선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를 제공하고 있다. 유명인의 착용이 계기가 됐지만 결국 옥 자체의 색과 디자인에서 매력을 느낀 것이다.

우리의 옥 주얼리가 해외에서 통하려면 ‘한국 전통 소재’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적인 디자인, 다양한 제품 라인, 영어 상담, 온라인 구매 환경과 신뢰할 수 있는 리뷰까지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국경을 넘어갈 수 있다. 옥 주얼리가 한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다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매장에 와서 각자 다른 취향의 옥을 고를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 7월 25일 예작쥬얼리 매장의 모습 / 예작쥬얼리 제공
지난 7월 25일 예작쥬얼리 매장의 모습 / 예작쥬얼리 제공
최근 예작쥬얼리 매장을 찾았을 때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전통 장신구점 특유의 고즈넉함 대신 매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뷔의 착용 사진과 진열된 옥반지를 번갈아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 손가락마다 옥반지를 끼워보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는 젊은 손님들, 그리고 쏟아지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 소문으로만 듣던 '옥 열풍'이 실체 있는 문화 현상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BTS 뷔는 옥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다. 오래된 보석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예작은 그 가능성을 온라인과 디자인, 고객 경험을 통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유행은 우연히 시작될 수 있지만 문화는 준비된 곳에서 자란다. 이번 옥 열풍은 한 스타의 영향력을 넘어, 한국의 주얼리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