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계 1등 인천공항
20세기 초 유럽 3대 공항으로는 영국 런던 크로이던공항,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공항, 독일 베를린 템펠호프공항이 꼽혔다. 크로이던공항은 세계 최초로 항공교통 관제를 시행했고 공항 터미널을 선보였다. 르부르제공항은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 횡단 착륙지로 삼은 유럽 대표 관문이었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모든 공항의 어머니’라고 부른 템펠호프공항은 세관검사를 마친 뒤 대기실을 거쳐 지하철로 도심에 들어가는 국제공항의 전형을 완성했다.

대형 설치산업인 공항은 운명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한때 세계 항공 운송을 이끌던 유럽의 3대 공항은 지금은 폐쇄됐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부지가 좁아 급증한 여객·화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공항이 생존하기 위해선 대도시 외곽에 초대형화하는 길밖에 없었다. 한국도 1980년대 말 김포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공항 건설에 나섰다. 서울 도심 100㎞ 이내 후보지 22곳을 검토한 끝에 1990년 영종도가 낙점됐다.

영종도와 삼목도, 신불도, 용유도, 잠진도 등 다섯 개 섬 사이 바다를 매립해 56.06㎢ 면적의 공항을 조성하는 일은 지난했다. 1992년 말 방조제 공사를 시작으로 산을 깎고 갯벌을 메우는 작업이 쉼 없이 이어졌다. 건설 도중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개항 일정이 1997년에서 2001년으로 늦춰지기도 했다.

공항 문을 연 뒤에도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도쿄 나리타공항, 상하이 푸둥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과 여객 및 화물을 확보하기 위한 격전이 이어졌다. 인구 대국 중국과 일본에 비해 부족한 직항 수요는 환승 수요로 극복했다. 53개국 183개 도시를 연결하는 등 취항 노선도 다양화했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선 1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렇게 허브공항 이미지를 굳혔다.

인천국제공항이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두바이공항이 주춤한 가운데 아시아·유럽 간 여객 수요를 장악한 결과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25년 만에 쓴 ‘세계 1등 공항’ 신화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