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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세계 1등 인천공항
대형 설치산업인 공항은 운명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한때 세계 항공 운송을 이끌던 유럽의 3대 공항은 지금은 폐쇄됐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부지가 좁아 급증한 여객·화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공항이 생존하기 위해선 대도시 외곽에 초대형화하는 길밖에 없었다. 한국도 1980년대 말 김포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공항 건설에 나섰다. 서울 도심 100㎞ 이내 후보지 22곳을 검토한 끝에 1990년 영종도가 낙점됐다.
영종도와 삼목도, 신불도, 용유도, 잠진도 등 다섯 개 섬 사이 바다를 매립해 56.06㎢ 면적의 공항을 조성하는 일은 지난했다. 1992년 말 방조제 공사를 시작으로 산을 깎고 갯벌을 메우는 작업이 쉼 없이 이어졌다. 건설 도중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개항 일정이 1997년에서 2001년으로 늦춰지기도 했다.
공항 문을 연 뒤에도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도쿄 나리타공항, 상하이 푸둥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과 여객 및 화물을 확보하기 위한 격전이 이어졌다. 인구 대국 중국과 일본에 비해 부족한 직항 수요는 환승 수요로 극복했다. 53개국 183개 도시를 연결하는 등 취항 노선도 다양화했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선 1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렇게 허브공항 이미지를 굳혔다.
인천국제공항이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두바이공항이 주춤한 가운데 아시아·유럽 간 여객 수요를 장악한 결과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25년 만에 쓴 ‘세계 1등 공항’ 신화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