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천자칼럼] GPU도 선물 거래
그로부터 160여 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AI)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오는 10월 엔비디아 H100과 B200 등의 연산능력을 기초로 한 선물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거래 대상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개를 한 시간 사용하는 값(GPU-hour)이다.
AI 기업은 지금도 공급이 부족한 GPU 가격이 폭등할까 봐 두렵다. 반면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AI 수요 감소와 신형 칩 출시로 임대료가 언제 폭락할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거래 주체가 GPU 사용료를 미리 정해두고 위험을 회피하는 것, 이것이 GPU 선물 거래의 핵심이다. 여기에 AI 연산 수요와 GPU 가격의 상승 및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이 형성된다.
월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KKR 등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5000억달러를 AI 인프라에 끌어들이는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 GPU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관련 채권을 증권화하는 구상까지 나온다. 젠슨 황은 반도체가 떠받치는 ‘새로운 자산군’의 탄생으로 보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은 가치도 빨리 떨어진다는 금융의 오랜 법칙을 GPU가 거스를 것이라는 데 월가가 베팅하는 셈이다.
과거 상인들은 밀가루 한 포대의 한 달 뒤 가격을 걱정했다. 이제 투자자는 상품거래소 시세판에 오르는 GPU의 한 시간 사용료까지 지켜봐야 한다. 농경사회의 밀, 산업혁명의 석유와 전기에 이어 컴퓨팅 능력까지 글로벌 금융자산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