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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결혼 페널티
미국에서도 결혼 페널티는 오래된 조세 논쟁거리다. 맞벌이 부부가 공동으로 소득 신고를 하면 더 높은 세율 구간에 갇히는 세금 구조 때문이다. 미 의회가 수차례 세제를 손질했지만 일부 고소득자 세제 등에는 결혼에 따른 불이익이 남아 있다.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세금 계산의 변수가 된 셈이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103만엔의 벽’이 사회문제였다. 배우자의 연 소득이 이 선을 넘으면 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제도 때문에 연말이면 일부러 근로 시간을 줄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올해 비과세 한도를 160만엔 수준으로 높이는 세제 수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청년들에게 혼인신고는 ‘경제적 감점’으로 작동한다. 미혼일 땐 가능하던 저금리 정책대출과 청약 자격이 부부 합산소득 때문에 탈락하는 사례가 생긴다.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도 마찬가지다. 혼인기간 7년 이내를 기본 요건으로 하지만, 자녀가 있는 가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 예비부부 사이에서는 혼인신고 시점을 따지는 게 불문율이 됐다. 동거는 하되 서류상 남남으로 남는 ‘위장 미혼’이라는 용어까지 나온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청년들이 국가 정책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청약, 대출, 세제 등 22개 제도 개선 과제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신혼부부 특공 요건, 예비부부 청약 확대, 신생아 특공 확대 등 6개가 우선 손질 대상으로 거론된다.
인구 소멸을 걱정하면서 결혼하지 않는 편이 유리한 제도를 그대로 둘 이유는 없다. 결혼식 날짜보다 혼인신고 날짜를 먼저 계산한다면 저출생 대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