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영 칼럼] '코스피 5000' 정책의 명과 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코스피지수 5000시대’ 공약을 들고나왔을 때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정권 출범 후 ‘코스피지수 5000’을 국정 과제로 내걸었을 때도 기대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이 되는 데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를 비롯한 주주환원, 지배구조 개혁 등 정부 여당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핵심은 인공지능(AI) 붐으로 촉발된 반도체 랠리였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견인했다. ‘불장’이 이어지자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가 가속화하면서 상승장을 떠받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9000까지 내달리는 와중에도 반도체 등 주도주에만 수급이 쏠렸고, 80%가 넘는 일반 중소형 종목은 하락하거나 소외됐다. 개미들의 한숨은 커졌다. 9000을 넘어선 코스피지수가 5500~6000선으로 급격한 조정을 겪는 동안 펀더멘털은 크게 악화된 것이 없었다. 삼전·닉스는 역대급 실적을 이어갔다. 중국 반도체 굴기와 ‘반도체 고점론’이라는 악재에 코스피지수 낙폭만 유독 깊었던 것은 한국 증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정부가 제시한 코스피지수 목표는 달성했지만, 한국 증시의 체질은 오히려 약화됐다. 졸속으로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증시를 거대한 투기판으로 만들었고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발견 기능은 훼손됐다. ‘빚투’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지만 정부는 시장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부채질하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시장 변동성은 증폭됐고, 결국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지수 방어와 부양의 도구로 사실상 활용한 것도 치명적인 정책 오류다. 지난 5월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다. 증시 급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은 상황에서 강제 매도(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상승장에서 비중을 줄일 기회를 잃었고, 급락장에서 안전판이 되지 못했다.

전고점 대비 40% 가까이 급락한 초유의 변동성 장세에 대해 해외의 시선은 싸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극심한 변동성과 정부의 서투른 정책 대응을 꼬집으며 한국 증시를 사실상 ‘투자 부적합’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던 정부 정책이 오히려 ‘정책발 디스카운트’로 작용한 것이다.

주가를 목표로 삼은 정책이 낳은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주식시장 본연의 기능인 발행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상반기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액은 작년 동기보다 29.5% 줄었다. 주가 희석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이유로 당국의 심사 문턱이 높아진 탓이다.

국민의 자산 증식을 돕겠다며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책도 투자자의 불신을 자초했다.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기존 ISA 혜택을 대폭 축소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계약기간을 사실상 무기한에서 5년으로 제한하고, 한도 이월 제도마저 폐지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책 신뢰는 훼손됐다.

주가지수는 경제 펀더멘털을 비추는 거울이다. 기업 실적과 경제 체질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것만큼 확실한 부양책은 없다. 정부 역할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정책 드라이브는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