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봇손의 자유도
손을 펴보자. 엄지손가락 끝을 나머지 네 손가락 끝에 차례로 맞대보자. 간단한 이 동작이 현존하는 지구 생물 중 인간만 가진 능력이라는 게 믿어지는가. 다른 영장류와 인간을 구별하는 해부학적 특징이자 인류 진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이 자유로운 엄지 덕분에 인간은 도구를 더 강하게 쥘 수 있었고, 섬세한 작업을 해낼 수 있었다.

인간의 손은 몸 전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이다. 한 손을 이루는 뼈만 해도 27개. 양손을 합치면 54개로 성인 몸을 이루는 뼈 206개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태양계를 넘어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 현재까지도 인간 손의 메커니즘을 100% 완벽하게 구현하는 인공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눈을 감은 채 손가락 끝의 미세한 감각만으로 물체의 모양과 질감을 구별해내는 인간의 신경망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공학이다.

구글이 그제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형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 로보틱스2’를 공개했다. 로봇이 스스로 환경을 이해하고 상호 작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두뇌 프로그램이다. 상황 인식과 행동 제어로 나뉜 기존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로봇의 움직임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공개 영상에는 휴머노이드가 열 손가락을 활용해 쓰레기봉투 끝자락의 끈을 잡고 돌려 매듭을 짓거나, 두 손가락으로 전등에서 전구를 두세 바퀴 돌려 빼는 장면이 담겼다. 그럼에도 어딘가 어색하고 엉성해 보인다. 이 시연에 사용된 휴머노이드의 로봇손 자유도(DOF)는 22단계로, 27단계인 인간의 손에 근접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로봇공학계에서 인간 손의 복제를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부른다. 피규어AI, 테슬라, 유니트리 등 미국과 중국 로봇 업체들이 로봇손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R&D) 역량을 쏟아붓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정교해진다는 것은 더 큰 가능성을 뜻한다. 인류는 손을 자유롭게 쓰고 도구를 만들면서 다른 종(種)을 압도했고, 문명을 일궜다. 인간의 손을 넘보는 로봇손이 어떤 가능성의 문을 열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