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큰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 수요가 몰리고 있다. 고가주택의 자금 조달 문턱을 높여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와 달리, 서울 외곽에서는 10억~15억원 안팎 아파트가 잇달아 신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이다.

3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 폭은 전주(0.27%) 대비 한풀 꺾였지만, 중저가 지역에서는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는 지난 24일 전용 84㎡가 15억3500만원(2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해당 면적은 지난해만 해도 주로 12억원대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수개월 만에 3억원 안팎 뛰었다.

인근 A 공인중개 관계자는 "15억원을 넘으면 대출이 어려워지기에 그 아래 가격대로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며 "전용 59㎡도 이달 들어 13억원을 넘어 대출 규제선에 근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15억원 이하일 경우 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한도가 최대 4억원으로 줄어든다. 집값이 15억원을 넘는 순간 대출 가능액이 2억원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현황 등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권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현황 등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이 여파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한 중간 가격대 주택에 매수 수요가 몰렸다.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구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중랑구 망우동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전용 84㎡는 지난 26일 10억4000만원(15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27년 차 아파트인 중랑구 신내동 '신안2차' 또한 지난 25일 전용 84㎡가 7억원(17층)에 팔려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상승 거래가 이어지면서 중랑구 집값은 서울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7월 넷째 주 중랑구 집값이 신내·면목동 역세권 위주로 0.53%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중랑구 외에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률이 이어졌다. 노원구가 상계·중계동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0.46%, 성북구가 길음·하월곡동 위주로 0.36% 뛰었고 중구도 신당·황학동 위주로 0.36% 상승했다. 금천구는 독산·시흥동 대단지 위주로 0.35%, 강북구는 미아·번동 위주로 0.33%, 구로구와 영등포구는 고척·구로동, 양평·당산동 위주로 0.3%씩 올라 서울 평균치 상승률을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관망 분위기가 국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이나 정주 여건이 양호한 대단지·역세권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서울 전체 집값이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전체의 매수심리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중간 가격대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출 규제에 따른 수요 재편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권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조만간 발표될 부동산 세제 개편을 둘러싼 기대감도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초고가·비거주 1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세 부담이 고가주택에 집중될 경우 상대적으로 과세 부담이 작은 중저가 아파트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가격 격차를 좁히는 이른바 '갭 메우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가 아파트는 대출 가능액이 줄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커질 수 있지만,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크고 세제 강화의 직접적인 영향도 작을 수 있어서다. 고가주택을 겨냥한 규제가 주택 구매 수요 자체를 없애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밀어내는 풍선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중랑구 아파트 매물은 지난 2월 27일 2076건에서 이달 27일 1196건으로 880건(42.4%) 감소했다. 반년 만에 시장에 나온 매물이 반토막 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15억원 안팎 주택으로 몰리면서 가격 부담 또한 재차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초고가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는 세제 개편까지 현실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서울 외곽으로 수요가 더 이동하면서 추가적인 갭 메우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